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미래 먹거리 집중 투자
구광모 회장 체제가 들어선 후 LG의 속도전이 심상치 않다.
당초 조용한 행보가 예상됐던 구광모 회장이 예상과 달리 정중동을 넘어 '진격의 LG'로 변화된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각 계열사의 실적 및 주가 하락, 국내외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 증가, 미래 먹거리에 대한 비전 부재 등 여러 비상 상황이 구광모 회장의 공격적 행보 환경을 조성하는 모양새다. 권영수 부회장의 그간 주요 계열사 성공 과정이 인수합병(M&A) 등 공격적 투자에서도 발현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구광모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선대 구본무 회장의 '초우량 LG' 비전 제시와 비교되는 원론적 메시지다. 그러나 구광모 회장의 메시지에서 변화와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가진다.
재계의 예상 보다 빠른 행보는 구본무 회장 타계 후 당시 구광모 상무는 4단계를 건너뛰고 곧장 회장 직함으로 수직 등극한 데서 시작됐다. 마음이 급하다는 이야기다.
권영수 부회장을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의 사령탑으로 속전속결 인사를 단행한 것도 공격적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LG의 최근 공격적 투자는 과거 '돌다리도 두드리다 안건넌다'는 보수적 모습과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가 앞장 서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우선 LG화학은 최근 여수공장에 수 조원을 들여 나프타분해설비(NCC) 등 증설을 검토 중이며 이어 중국에 20억달러(한화 약 2조2600억원) 규모 배터리 공장 설립에도 나설 계획이다. 석유화학과 배터리 두 주력 사업에 대규모 투자가 단행되는 셈이다. 이미 확보된 현금 유동성만으로도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
LG화학은 지난 17일 중국 장쑤성 난징시에서 빈장 개발구역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는 조인식을 진행했다. 이번 공장은 오는 10월 착공해 내년 10월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투자규모는 일단 20억달러 규모다. 생산규모는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늘려 최종 연간 32GWh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소형배터리 등 전 배터리 제품을 고루 생산할 방침이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16개, ESS 배터리 생산라인 3개, 소형 배터리 생산라인 4개 등 총 23개 생산라인이 들어선다. 이중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은 순수 전기차 기준 약 50만대 분에 이른다.
또한 LG화학은 여수산단 내 ‘석유화학의 쌀’이라는 불리는 에틸렌,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NCC 등 신규 설비 투자를 검토 중이다. 구체적 투자 규모와 설비 내용은 다음주 이사회를 통해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약 2조원 또는 수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석유화학 투자가 진행되면 LG화학은 국내 에틸렌 생산량 1위 자리를 굳힐 전망이다. 특히 구광모 경영체제에 돌입한 직후 LG화학의 주력사업인 석유화학과 배터리 두 부문에서 공격적 투자가 잇달아 추진된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LG화학의 이번 대규모 투자 결정 역시 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개연성이 높다.
LG전자 또한 LG화학의 중국 난징시 공장 설립 조인식 날인 지난 17일 국내 산업용 로봇제조기업인 로보스타 인수작업을 최종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경영참여에 나섰다. LG전자는 로보스타가 실시한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0%를 약 536억 원에 사들였다.
추가로 경영진이 보유중이던 지분 중 일부인 10%를 확보했다. 또 내년 말까진 3.4%의 지분을 추가로 더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결국 LG전자는 로보스타의 소유지분을 33.4%(326만주)로 확대해 안정적 경영기반을 구축하게 되는 것.
로보스타는 산업용 로봇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LG전자는 지능형 자율공장 구축에 로보스타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로보스타 주주총회에서 LG전자 허행만 중국지역 기획관리담당을 신임 사내이사로, LG전자 이승기 소재·생산기술원 선행장비기술연구소장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는 등 시너지 창출 위한 사전정지작업도 마친 상태다.
LG전자의 로보스타가 인수 규모에 비해 시장의 관심을 받는 것은 구광모 회장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로보스타 사업 초기 자금을 대준 곳이 바로 구광모 회장의 생부인 구본능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희성그룹의 주력사 희성전자이기 때문이다.
희성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과거 LG 지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삼각 연결고리의 중심에 있다. 또한 IMF 외환위기 당시 LG산전의 로봇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로봇사업부장으로 있던 김정호 회장, 강귀덕 사장 등 엔지니어들이 사업권을 인수해 1999년 2월 창업한 업체로서 LG가 모태다.
LG전자는 이미 로봇, 인공지능 등 미래 먹거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등에서 경험한 구광모 회장이 요구하는 미래 방향이라도 봐도 무방하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에스지로보틱스’를 비롯 올해 ‘로보티즈’, ‘아크릴’, ‘보사노바 로보틱스’ 등 로봇기술 관련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진행해 오고 있다.
LG전자는 로봇은 물론 인공지능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이나 인수합병에 적극 나설 태세다. LG전자는 19일 '2018 LG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날(SEED·Software Engineers' Energizing Day)' 행사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역량을 강화하겠다 선언했다. LG전자 CTO인 박일평 사장은 "AI, 로봇 등 소프트웨어 역량을 확산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AI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지속해 융복합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다.
이외에도 LG디스플레이도 약 1년 반 동안 지지부진하던 중국 OLED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중국 정부 승인도 최근 이끌어냈다. 구광모 체제 출범 후 중국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모양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등 유료방송 인수합병(M&A)에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LG유플러스가 5G 시대에서 1등을 하기 위해서는 공격적 투자는 필수다.
구광모 호는 이미 대항해의 시동을 걸었다. 권영수 부회장에 앞에서 조타수 역할로 방향을 정한다. LG에 당면한 과제는 현상 유지가 아니라 공격적 투자가 필수불가결하다.
"제가 꿈꾸는 LG는 모름지기 세계 초우량을 추구하는 회사입니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남이 하지 않는 것에 과감히 도전해서 최고를 성취해왔던 것이 우리의 전통이었고 저력입니다. 오직 초우량을 목표로 삼는 강한 LG를 만듭시다."
고 구본무 회장이 1995년 취임식에서 제시한 비전이다. 구광모 회장이 선대 회장의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것은 세계 초우량LG를 향한 변화와 도전에 있다. 1등을 위해 투자는 선행돼야 한다. LG의 공격적 투자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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