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재취업 과정 관여 일체 금지, 퇴직자와 현직자 간 사건 관련 사적 접촉 일체 금지, 퇴직자 재취업 이력 공시 등의 '공정거래위원회 조직 쇄신 방안'을 내놨다.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공정위가 조직적으로 도왔다는 혐의로 전현직 간부들이 대거 재판에 넘겨진 데 대한 대책마련 차원이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김상조 위원장의 사과와 함께 재취업 알선 관행 타파, 재취업 관리 강화, 공직윤리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총 9개 방안의 '공정거래위원회 조직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주 발표된 검찰수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공정위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쇄신 방안 외에 공정위 조직의 체질 개선을 위한 근본적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절감해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이를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공정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퇴직자의 재취업 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모든 직간접적 개입을 전면 차단해 재취업 알선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재취업에 관여하는 행위, 재취업을 청탁하는 행위 등 관련 부당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익명신고센터'도 운영한다. 신고센터는 공정위 직원 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체 임직원 등 누구나 신고가 가능하도록 공정위 홈페이지에 설치할 예정이다.
4급 이상 직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비사건부서 3회 이상 연속발령 금지, 외부기관 또는 교육기관 파견 및 비사건 부서 근무를 합해 5년 이상 연속 복무 금지 등의 인사원칙을 설정했다. 이른바 '경력관리' 의혹을 완전 차단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퇴직 후 민간기업 등에 재취업한 자의 이력을 퇴직일로부터 10년간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공시한다. 이를 위해 공정위 직원의 퇴직 전, 취업 사실 이력 공시에 대한 동의를 받는다. 퇴직 후 취업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퇴직자의 경우 공정위 출입 제한 등의 패널티를 부과한다.
취업심사 승인을 받지 않은 퇴직자가 대가를 받고 자문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직자윤리법 위반 행위 발견시에는 즉시 인사혁신처에 보고한다. 퇴직예정자와 기업 등에도 이같은 행위가 위법임을 알리는 교육을 강화한다.
특별승진 제도의 개선, 재취업 자체심사 매뉴얼 작성 등 재취업 자체 심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한다.
공정위 현직자와 퇴직자 간 사건 관련 사적 접촉은 전면 금지된다. 내부 감찰 특별팀을 구성해 위반시 현직자는 중징계, 퇴직자는 항구적인 공정위 출입금지 등의 패널티를 부과한다.
공적인 접촉의 경우에도 외부인 접촉 보고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 대면 및 비대면 접촉도 모두 보고토록 한다.
공정위 직원은 공정위 퇴직자 및 기업·로펌의 공정거래 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모든 외부교육에의 참여가 금지된다. 공정경쟁연합회의 ‘공정거래법 전문연구과정’, 서울대의 ‘공정거래법 연구과정’ 등의 참여를 즉각 금지되며, 향후 유사 교육과정 참여도 항구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공정위 직원이 기업 및 로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대가를 받고 하는 강의를 전면 금지한다. 또 공정위, 공정거래조정원, 소비자원 주관 무료 설명회 등을 통해 기업 등의 법 위반 예방 교육을 보완한다.
공정위는 "이번 쇄신 방안은 단순히 일회성 조치가 아니며, 향후 제도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비점을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그간의 부적절한 관행은 공정위가 법 집행 권한을 독점해 왔던 것에 기인한 측면이 있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을 통해 공정위의 법 집행 권한을 분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