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가 딜라이브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에 들어가면서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유료방송 3위 업체인 딜라이브에 대한 인수전이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 2파전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SK브로드밴드는 실사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KT, LG유플러스 등 인터넷TV(IPTV) 업체도 딜라이브 인수에 관심이 있는 상태다.
23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CJ헬로가 딜라이브 실사에 들어갔다. CJ헬로가 인수나 매각 등을 검토하는 것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론 성장 가능성이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CJ그룹은 CJ헬로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해 이동통신업 진출 등 신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CJ헬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료방송시장의 ‘매물’이었다. 2015년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 인수에 나섰지만 다음 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올초에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검토한 바 있다. 그런 CJ헬로가 다른 케이블TV 업체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CJ헬로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를 통한 제4이동통신 설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년 3월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둔 시점에서 뒤늦게 통신회사를 설립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란 힘들다. 이 때문에 딜라이브 인수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분석이다.
CJ헬로 입장에서는 몸집을 키워 케이블TV 1위 업체로 도약한 후 시장 재편을 주도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으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작년 하반기 기준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3.1%로 3위를 차지했던 CJ헬로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점유율 19.64%로 높아진다. 단숨에 1위 업체 KT(20.21%)와 선두 경쟁 체제에 돌입한다. 현재 2위 SK브로드밴드(13.65%)는 3위로 밀려난다.
CJ헬로가 ‘몸값 올리기’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딜라이브 인수로 시장점유율을 높인 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업체에 매각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KT·KT스카이라이프 합산 점유율 30.54%와 비슷해진다.
딜라이브 매각 성사의 관건은 가격이다. 지난 3월 딜라이브가 현대HCN에 서초디지털OTT방송을 매각할 때 금액은 335억원이었다. 가입자가 5만1000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가입자 1인당 65만원에 매각한 셈이다. 이 기준을 딜라이브 가입자 전체(약 200만 명)에 적용하면 1조3000억원이 나온다.
딜라이브는 이 정도 금액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CJ헬로, SK브로드밴드 등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추진할 때 거론됐던 금액이 1조원 수준이었다. 서로 매각 가격 차이가 크다. 금액이 안맞아 매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제 관심 표명 수준인데 딜라이브 인수전을 과도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딜라이브 인수전을 비롯 유료방송 M&A 시장이 어떻게 격변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