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에서 18∼20일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동행하는 반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은 불참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을 포함한 방북단 확정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임 실장이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공식수행원은 14명이며 특별수행원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 인사 52명으로 구성됐다. 일반수행원 91명과 취재진, 실무인력 등을 포함해 방북 인원은 200명을 조금 넘는다.
공식수행원은 서훈 국가정보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재현 산림청장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 비서실을 대표해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주영훈 대통령 경호처장, 김의겸 대변인, 김종천 의전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이 함께한다.
다만 임 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국내 현안 대처를 위해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김 부총리가 수행단에서 제외된 데 대해 "부동산 문제 및 추석 민심을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임 실장은 설명했다.
특별수행원 리스트를 보면 기업계에서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4대 주요 대기업을 비롯한 주요 경제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당초 동행이 예상됐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은 자동차 관세 문제 등 대처해야 할 주요 현안 때문에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등과의 미팅이 잡혀 있어 일정을 같이하지 못하게 됐다.
따라서, 정의선 수석 부회장의 방북 불참으로 이재용·정의선·구광모 등 세대교체된 4대 그룹 리더들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하게 됐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 미국 자동차 관세 25% 부과 등 관련 미국 상무부 미팅
임 실장은 "정 부회장은 아마 오늘 출국해 윌버 로스 미 상무부장관 등 많은 미팅이 잡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 무역확장법 자동차 부문 예외를 인정받는 문제 등 정부도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핵심 당사자로서 해당 일정이 오래전부터 잡혀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측도 "총괄 수석부회장은 미국 상무부와의 약속 등 일정으로 이번 방북에는 김용환 부회장이 참석하게 됐다"며 "정부와 이미 협의가 끝난 사안으로 정부도 이해를 하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이나 알루미늄 등 수입물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최근 수입 자동차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한편,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14일 현대차그룹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에 임명됐다. 지난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9년만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글로벌 통상 이슈와 관련한 자동차업계의 근심이 깊어진 상황에서 해결해야 할 글로벌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협회장,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총재, 오영식 코레일 사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 남북협력사업 관련 기업과 기관 대표 등이 리스트에 포함됐다. 이재웅 쏘카 대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등 IT기업 관계자도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경제계 대표 참석...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명단 제외 '대조'
경제5단체 중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 협회장 등도 명단에 들었다. 그러나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번에도 명단에서 제외돼 '적폐'로 낙인찍힌 전경련의 추락한 위상을 보여주었다.
한편, 취재진이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피고인이자, 정경유착을 상징하는 인사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했으나, 임 실장은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 때도 4대 그룹 총수가 동행했다. 재판은 재판대로 진행될 것이며, 일은 일이다"라고 답변했다.
정당인 중에는 애초 알려진 대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합류했다. 또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자문단의 일원으로 방북한다.
전국지방자치단체장을 대표해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함께한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이기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회장, 김덕룡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의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동행할 계획이다.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자문단과 학계에서는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한완상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장상 세계교회협의회 공동의장, 이현숙 여성평화외교포럼 명예대표,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등이 함께 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종교계에서는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원택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 등 대표적인 종교계 인사들을 특별수행원으로 위촉했다.
문화·예술·체육 분야에서는 유홍준 교수와 차범근·현정화 감독 등이 방북 길에 오른다. 박종아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하기 남북단일팀 주장도 평양에 함께 가기로 했고, 가수 지코와 에일리, 김형석 작곡가, 안도현 시인도 평양행에 나선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행사 참석자의 손자인 중학교 3학년 김규연 양, 통일부 대학생기자단으로 활동하는 대학생 이에스더 양 등 청소년 및 청년도 방북단에 포함됐다.
한편, 이번 방북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동행해 향후 주요 그룹의 세대교체에 따른 변화가 주목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