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의 3-4세 리더들이 모두 '제네시스 EQ900'을 업무용 전용차로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4대 그룹 리더의 전용차가 똑같은 브랜드 모델로 통일된 것은 처음이다. 과거 대기업 경영 1~2세대 회장들이 주로 수입차량을 의전이나 전용 차량으로 이용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4대 그룹 리더가 공통적으로 'EQ900'을 이용하는 것으로 밝혀진 데는 '남북정상회담'이 결정적 계기였다. 구광모 LG 회장이 18일 아침 평양행 출발 집결지인 경복궁 동편 주차장에, 검은색 '제네시스 EQ900'을 타고 나타났기 때문. 구광모 회장은 이번 방북이 6월말 회장직 취임 후 첫 공식 대외행보였기에 관심이 더 집중됐다.
LG 관계자는 "지난 6월 회장직에 오르면서 EQ900을 이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광모 회장은 이전에는 그랜저를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자신의 업무용 자동차 중 하나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EQ900'을 추가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 동안 쌍용자동차의 '체어맨 V8 5000 시리즈'를 주로 이용해왔다. 그 이전에는 에쿠스를 사용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현대차 '제네시스 EQ900'과 쌍용차 '체어맨 V8'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제네시스 EQ900'을 타고 나타난 것은 지난 8월초 이 부회장이 김동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는 자리에서 포착된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전도사답게 '제네시스 EQ900'을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에쿠스를 이용해왔다.
현대차그룹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수입차를 겨냥해 작정하고 만든 분신과도 같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 도입부터 제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관여해왔다는 점에서 경영목표에서 우선순위가 높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 입장에서 재계 뉴리더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제네시스 EQ900'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네시스' 브랜드로 천하통일을 한 셈이기 때문. 이들은 서로 '형 동생'하는 호형호제 사이라는 점에서 자동차 브랜드로 하나된 특별한 인연을 갖게 됐다.
이뿐 아니다. 최태원 SK 회장도 '제네시스 EQ900 L'을 업무용 차로 이용하고 있다. 결국 4대 그룹 리더 모두가 '제네시스 EQ900'으로 하나가 된 셈이다. 그 만큼 우리나라 자동차의 기술이 발전한 측면도 있고 자동차를 중심으로 각 그룹이 전장(전자장치) 사업 등에서 서로 협력관계 연관성이 높아진 이유도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그룹 회장 중에서 허창수 GS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도 '제네시스 EQ900 L'을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도 '제네시스 EQ900'을 의전차량 중 하나로 두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김정일 국무위원장과의 카퍼레이드 행사에서 의전차량으로 'EQ 900' 대신 독일산 '벤츠'를 이용해 네티즌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EQ900’과 '벤츠 마이바흐 S600' 두개 회사의 모델을 전용차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번 평양행에는 벤츠를 가져갔다.
'제네시스 EQ900'은 전장(전체 길이) 5205mm, 전폭(좌우 폭) 1915mm, 전고(차량 높이) 1495mm의 큰 크기다. 가격은 1억원대 수준이다. 좌석은 항공기 1등석 수준의 안락함을 구현했으며 특히 운전자가 본인 키, 앉은키 등 신체 정보를 입력하면 현재 운전 자세를 분석해 시트, 아웃사이드 미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위치 등을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회장님 차'가 어떤 것인지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올해 들어 3~4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뉴리더들의 '애마' 전용차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1~2세대 경영자와 달리 3~4세 뉴리더들이 국산 자동차를 전용차로 모두 바꾼 것이다. 뉴리더들이 전용차로 '제네시스 EQ900'로 합심했지만 형후 미래 성장동력을 두고 어떤 경쟁과 협력의 시대를 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