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구광모 3인3색 평양행 성적표는...김정은 '작별주'는 '각별한 관심'
상태바
이재용·최태원·구광모 3인3색 평양행 성적표는...김정은 '작별주'는 '각별한 관심'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09.22 1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용 '글로벌 리더 각인', 최태원 '디카요정 대중친화', 구광모 '리더십 안착' 등 효과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간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재계 리더들이 한국은 물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인사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 위원장은 첫 날인 18일에 재계 주요 인사들과 인사를 나눈데 이어, 마지막 날인 20일 오찬에 '작별주' 술 잔을 건네며 관심을 드러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주요 재계 인사들이 지난 방북 기간 중 보여준 모습과 귀국 후 드러난 반응 등을 통해 이들의 성적표는 어떤지 살펴보자. 우선 김정은 위원장과 재계인사들의 만남부터 소개한다. 

김정일 국무위원장 '작별주', 이재용·최태원·구광모 등 재계인사에 '각별한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구광모 LG회장(가운데), 최태원 SK회장이 18일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해 있다.

방북 첫날인 18일, 평양 목란관에서 공식 환영 만찬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 재계인사는 김 위원장을 처음 만났다. 방북 인사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이 부회장을 김 위원장에게 인사시켰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삼성그룹 총수”라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다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과 별도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 부회장은 물론이고 삼성그룹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다. 남북정상회담 특성상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포커스를 맞췄지만 한편으론 재계 인사들에게도 '눈길'을 보냈던 것.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던 인사들은 김 위원장을 비롯 북한측 고위 간부들의 관심이 재계 총수들에게 집중됐다고 전하고 있다. 

방북 마지막 날인 20일, 삼지연 초대소에서 열린 오찬에서도 김 위원장의 관심이 재계 인사들에게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일일이 ‘작별주’를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은 재계 총수들에게 각각 술잔을 건네며 미소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주로 "다시 보자" "잘해 보자"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이번 방북단 재계 총수들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경제협력 이외에도 젊은 리더라는 정서적 공감대 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984년생으로 30대 중반 나이에 불과하다. 이재용 부회장 등 3~4세대 재계 총수들은 '세대교체'를 이루면서 40대 나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에따라,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올 경우 이 부회장 등 이번 방북 재계 인사들과 다시 만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이 스위스 유학파로서 서양문물 경험이 많은 만큼 한국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경제발전에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부측에서는 김 위원장이 방남하면 주요 대기업의 사업장을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간 방북 기간 동안 재계 총수들의 일상 모습이 일반에 속속 계속 공개되면서 이들의 소탈한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두번째 방북이지만 이재용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첫 방북이기에 긴장은 물론 감회가 남다를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내외 한국 재계 리더 각인...정치적 리스크 감소 등 효과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엄지 척' 포즈 취하고 있는 방북단 재계 리더들 모습. (MBC 캡쳐)

이재용 부회장은 18일 첫 날부터 리용남 북한 부총리의 언급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 리 부총리가 이 부회장에게 건넨 "이재용 선생은 여러 가지로 유명하시던데",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인물 되시라" 등의 인사말에 이 부회장도 웃으며 "알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옥류관 평양냉면, 대동강 수산물식당 생선회 등 식사 시간에 미식가로서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체로 긴장한 듯 무표정이었지만 음식을 앞에 두고는 미소가 나온 장면이 포착된 것. 사진 촬영시 차렷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사진 속 웃는 모습은 부친 이건희 회장을 빼닮은 듯 했다. 귀국 때 이 부회장이 최고령 손경식 CJ 회장의 가방을 들어준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이 부회장은 귀국 직후인 20일 밤 삼성전자의 주요 인사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북한에서 느낀 소회 등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방북 전에는 삼성그룹 내외부에서 이 부회장의 방북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았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미국 관세 문제로 불참하면서 방북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어쨌든 이 부회장은 이번 방북으로 얻은 것이 많다. 삼성그룹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재계 리더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확실히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리스크를 크게 줄였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최종판결이 남아 있지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과 인도 공장에서 만난 데 이어 이번 방북에도 함께 한 인연이 작동할 수도 있다. 그간 이 부회장과 각을 세워온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번 방북 중 백두산에 오르며 "앞으로 좋은 일 많이 하고 살아야 한다"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최태원 SK 회장, 3~4세 뉴리더 '맏형' 각인...'디카요정' 별명 대중 친근감 향상 

최태원 SK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을 디지털카메라로 찍고 있는 장면.

최태원 회장은 그룹 총수 중 맏형 역할을 했다. 이번 방북 기간 내내 디지털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못해 '디카요정' '디카 덕후'로 불리기도 했다. 그룹회장이 '요정'이란 별명이 붙은 건 이례적이다. 그 만큼 대중들과 친근해진 셈이다. 최 회장은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처음 방북했을 때도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선배들의 기념 사진을 찍어줘 화제가 된 바 있다.

최 회장은 18일 평양으로 가는 공군 1호기 내에서부터 흰색 디지털카메라를 손에 쥔 채 이재용 부회장과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당 디지털카메라는 삼성전자가 2012년에 출시한 ‘EX2F’ 모델이다. 최 회장은 이번 방북을 앞두고 “예전에 쓰던 삼성전자 제품을 가져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7년 방북 때는 일본 캐논 제품을 들고 갔는데 이번에는 이 부회장을 배려해 삼성제품을 골라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평양 고려호텔에 도착해서도 디카 사진을 찍었고 인민문화궁전에서 리용남 북한 부총리와 악수를 할 때에도 왼손에는 디카를 쥐고 있었다. 19일 옥류관 오찬에서도 평양냉면을 찍었다. 최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재계 선배들과 후배들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 '형님 리더십'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 

최 회장은 이번 방북으로 재계 40,50대의 리더 '맏형'으로서 자리매김을 확고히 했다. 또한 '디카요정'으로서 대중친화적 회장으로서 다가섰다. 디카로 SK그룹은 수십억 홍보효과도 봤다. 북한 양묘장 방문을 통해 선대회장의 유지와 같은 녹화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최 회장은 귀국 후 “아직 뭘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북한에서) 본 것을 토대로 길이 열리면 뭔가를 좀 더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구광모 LG 회장, 공식 데뷔전 '합격점'...'겸손과 경청' '공부하는 리더' 등 이미지

평양에서 리용남 부총리와 만남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구광모 LG 회장이 나란히 앉아 있다.

구광모 회장은 첫 공식 대외행사인데다가 이번 방북단 재계 총수 중 '막내'였지만 '공부하는 리더'로서 무난한 데뷔전을 치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북 전 그룹 내 싱크탱크인 LG경제연구원 '북한 리포트' 등을 받아 미리 공부했다. 구 회장은 방북 일정 중에도 손에 수첩을 들고 수시로 메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손에 든 수첩 모양새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잘못 보도한 경우도 있었다.

긴장한 듯도 했지만 주로 경청하는 모습도 좋은 인상을 주었다. 1978년생인 젊은 총수다 보니 말하기보다는 주로 듣는 모습을 보인 것. 구 회장은 취임 전 LG전자 등 현업에 근무할 때도 소탈하고 겸손한 성격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리용남 부총리를 만나 인사를 할 때에도 "LG는 전자, 화학, 통신 등의 사업을 하는 기업입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짧고 간결하게 말했다. 

구 회장은 귀국 후 21일, 지주사 관련 임원들과 회의를 열어 북한 방문에서 보고 듣고 메모한 북한 경제 상황 등에 대해 직접 전달했다. 구 회장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남북관계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미래 가능성 차원에서 경제협력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은 이번 방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봤다. 대중들에게 LG그룹은 물론 재계 차세대 리더로서의 무게감과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했다. 기존 은둔의 경영자가 아닌 경청과 겸손의 듬직한 리더의 자세를 보여준 것. 젊은층에서는 구 회장의 다부진 체격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키가 186cm로 재계 뉴리더 중에서도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북으로 구 회장의 리더십은 대외적으로 안착을 했다. 

한편,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21일 오전 방북 관련 회의를 열고 “철강, 석탄 분야에서 포스코뿐 아니라 업계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남북미 관계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경협이 재개되면 우리 그룹에 기회가 올 수 있게 내부 남북경협TF를 잘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5월부터 이미 남북경협TF를 만들어 직접 진두지휘 중이다. 

백두산 천지에서 이 부회장, 최 회장, 구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웅 쏘카 대표,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이 엄지를 세우며 찍은 단체사진을 보면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아니었으면 접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스마트폰이 없어 수첩과 펜을 들고 다니며 메모하는 총수들의 모습도 특별했다. 이들 리더들이 2박3일 동안 움직인 만큼 서로간에 일정한 교감을 형성했을 가능성도 크다. 

재계 주요 리더들은 북한 지도층을 만나며 대내외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킨 만큼 향후 어떤 경영과 리더십을 보여줄지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