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를 살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자녀 교육을 위해 살던 지역을 옮기기로 하고 부족한 전세자금상담을 받기 위해 한 시중은행 지점을 찾았다. 약 5000만원의 자금이 필요했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 소득으로 가능해 보였고, 금융권 연체도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때그때 필요한 자금은 신용대출, 카드론 등으로 해결하곤 했다. 직장을 옮기면서 공백기가 생겨 어쩌다 연체도 하고 햇살론 등도 받아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현재는 연체도 없고 대출금도 얼마 안되는 상태였다.
그런데, 은행직원의 상담결과는 대출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왜냐고 물으니 서울신용보증(SGI)에서 등급이 낮다고 보증이 거절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도충분하고 연체가 없더라도 저축은행 대출이나 카드론,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과거 연체이력 등이 있으면 등급이 나빠져 보증이 거절된다고 설명했다.
A씨는 뜻밖에 결과에 낙담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현재는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을 정도의 소득도 있고 한도도 있는 상황에서 보증금액을 줄이는 것도 아니고 아예 안된다는 사실이 납득이 가질 않았다.
치솟는 집값에 집살 생각은 엄두도 못내는 서민들이 전세자금대출이라도 받으려 하면 등급이 낮아 대출을 거절당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보증보험 뿐만 아니라 주택도시보증공사 같은 공적 전세대출 보증기관에서도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7일 국회 교통위원회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신용등급 6등급 이하 차주의 보증 건수는 4천506건으로 전체의 4.79%에 불과했다. 보증 잔액으로도 전체 액수의 4.49%인 6천288억원에 그쳤다.
신용등급 5등급 이상 차주의 보증 건수는 8만7천338건(92.91%), 잔액은 13조311억원(93.12%)이었다.
또 송 의원이 HUG, 한국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에서 받은 전세자금대출 보증자료를 취합한 결과 지난해 기준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71조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 잔액은 2013년 30조4천억원에서 4년 새 2배 넘게 늘었다.
게다가, 대출이 급격히 늘다 보니 보증 기관이 신용등급에 따라 이자율을 차등 적용해 거둔 이자수익(업무원가비용 등 제외)은 지난해 기준 6천316억원에 달했다.
송 의원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돕기 위해 도입된 전세자금대출 보증이 높은 등급의 신용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데다가 등급별 차등 이자율을 적용해 오히려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민주당의 유동수 의원도 “금융권은 마땅히 직접 감당해야 할 위험부담은 보증기관에 전가하고, 은행 간, 신용등급별 이자장사를 해 오면서, 실제 전세자금대출이 더욱 절실한 중·저신용자들에게 이자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융위원회에 이에 대한 실태파악과 대출체계 관련 원가분석을 요구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