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거치면서 새국면을 맞이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과소지급 논란이 장기간의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암보험 요양급여 지급처럼 극적타결을 이루게 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6일 국정감사에서 즉시연금 문제로 집중포화를 받게 되자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감원은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를 재조사해 국민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구하자 이같이 답변했다. 윤 원장은 “보험약관이 불투명할 땐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정무위 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묵 삼성생명 부사장을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즉시연금과 관련해 약관에 만기보험금 재원을 차감한다는 내용이 존재하느냐"고 물었고 이 부사장이 “약관에 그런 문구는 없지만 산출방법서 내용을 따른다는 부분이 있어 사실상 약관에 포함될 수 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이라며 호통을 쳤다.
뒤이어 지난 5일 금융소비자연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으로 생명보험사의 즉시연금 환급예상금액을 조회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개발해 공개하고, 또, 2차 공동소송 원고단 모집에도 나설 것임을 공언했다.
앞서,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즉시연금 미지급분을 일괄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 대신 법적 판단을 선택한 상태다. 그러나, 소송전이 장기화 되는 것은 소비자나 보험회사에 결코 바람직한게 아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번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와 마찬가지로 즉시연금도 해를 넘겨 장기적인 법정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송전이 장기화되면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나아가 보험이미지와 신뢰도가 훼손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 지난 7일 삼성생명은 그 동안 지급을 미뤄왔던 요양병원 암입원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의 지급 권고를 수용한 것이다. 다만, 민원이 제기된 모든 건이 아니라 해당 민원 1건만 지급한다.
삼성생명이 이 민원의 분쟁위 결정을 수용한 것은 즉시연금 미지급 보험금을 놓고 금감원과 긴장관계를 풀기 위해서다. 금감원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또,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 분쟁 중 암치료로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험사에 발송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즉시연금을 일괄적용하면 수천억원을 한꺼번에 지급해야 하지만 암보험은 개별 사례마다 따져봐야 한다”며 “부담감이 적어 한발 물러선 후 즉시연금 관련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모양을 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금감원에 제기된 암입원보험금 관련 민원은 약 1200건으로, 이중 삼성생명 관련 민원은 700건 수준이다. 요양병원 암보험의 경우 규모가 적고 일괄지급이 아닌 개별 건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그러나 업계추산에 따르면 만기환급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삼성생명만 5만5천명에 4300억원에 달하고, 생보사 전체 16만건, 8000억원~1조원에 달한다. 보험회사 입장에선 금액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보험회사별로 3분기 민원도 급증한 상태다.
앞서 삼성생명은 보장이율에서 미달하는 부분만을 보전해 주는 타협안을 제시했었고, 배상대상도 한정 한 바 있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지급과 관련해 '패소시 소송 미참여자에게도 즉시연금을 지급하지만, 소멸시효 적용기간 3년 이내의 것만 지급'하는 단서가 달린 안내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이를 공동소송과 민원 제기인원을 줄이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위 타협안에 따르면 미지급금은 당초금액에 비대 대폭 줄어든다. 만약 이 기준이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에 따른 책임금액과 비율이 정해질때 그에 따라 협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앞서 암보험은 ‘암의 직접치료’ 해석을 둘러싼 소비자와 보험회사의 분쟁과 소송이 증가하자, 금감원과 보험회사, 업계관계자가 “암보험 약관 개선 T/F”를 구성해 '암의 직접치료'기준을 정의해 약관에 명시하고, 피해자 구제에 대한 기준을 만들었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