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결론이 오늘 중으로 내려질 전망이다. 분식회계의 고의성이 인정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은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약 20조원 규모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14일 정례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조치안을 심의한다. 최종 결론은 오후 늦게나 내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대 쟁점은 삼성바이오가 미국의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적 분식회계를 저질렀느냐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2조7000억원의 평가차액이 발생하며, 창립 후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던 삼성바이오가 1조9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금감원은 이 과정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또 상장을 위해 유리한 포지션을 점하기 위해 진행된 '고의적 분식회계'로 봤다.
삼성바이오는 이에 대해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적법한 회계처리라는 입장이며,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어쩔수 없이 관계회사로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는 이날(14일) 증선위 정례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회계처리 적정성의 본질을 봐달라"고 읍소했다.
이번 심의의 핵심은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이 공개한 삼성 내부 문건이 될 전망이다.
문건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 콜옵션 부여에 따른 평가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합작계약서상 콜옵션 조항을 수정해 소급적용,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 콜옵션 평가손실 최소화 등 3가지 방안을 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했다.
박 의원은 문건을 공개하며 "삼성은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행사에 따른 부채계상과 평가손실 반영으로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중,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졋다는 이유만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흑자회사로 둔갑시켰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금감원의 재감리 결과, 삼성바이오 및 외부감사 해명, 내부문건 등을 종합해 오늘 중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만약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를 인정할 경우 시총 약 20조원 규모의 삼성바이오 주식은 거래가 정지된다. 이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고, 최악의 경우 상장 폐지까지도 가능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가 인정되더라도 상장폐지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상 최대인 5조원대 분식회계로 결론이 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도 상장 폐지가 되지는 않았다.
백성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