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번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첫 정기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주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임원인사를 통해 '안정 속 변화'를 택한 것처럼 전자 계열사 등에도 '글로벌 미래성장동력 강화'와 함께 유사한 흐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 부회장과 가까운 정현호 사장의 역할론이 나온다.
3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주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인사를 먼저 실시하면서 기존 인사 관행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며 "이 부회장의 의사결정이 있었지만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팀장(사장) 등과 임원 긴밀히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전자계열사를 필두로 임원 인사를 진행됐지만, 올해는 지난달 29일 금융계열사 임원인사를 우선했다.
이같은 변화에는 삼성그룹 전체 임원인사를 담당하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계열사별로 인사가 진행되면서 금융계열사가 먼저 임원인사를 실시한 것이란 얘기다.
특히 정현호 사업지원팀장이 부각되는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이 해체될 때 소속 고위 인사 8명이 모두 사표를 내고 삼성을 떠났지만,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유일하게 복귀한 인물이 바로 정현호 사장"이라면서 "정현호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복심’인데다 삼성그룹 인사 작업의 전반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막후 조정자"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사업지원 TF팀’을 신설하고 미래전략실 인사팀장 출신인 정현호 사장을 수장으로 임명했다. 정 사장의 역할은 계열사 간 업무조율 등 컨트롤타워 성격이 크다.
'삼성그룹 2인자'로 통하던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삼성 노조 와해 문건' 등으로 검찰 수사와 함께 법원 재판을 받고 있어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가까이서 보좌를 받을 인물이 정현호 사장 이외 두드러지는 인물이 없다.
정현호 사장은 1990년대 중후반 미국 하버드대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공부했던 인연으로 미래전략실에서 인사를 책임지는 등 이 부회장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주 예상되는 삼성전자 및 전자 계열사의 임원인사도 정현호 사장의 밑그림에 이어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에 따라 결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각 계열사 이사회 중심 경영과 '성과주의 인사'를 중심으로 경영을 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임원인사도 '성과주의'가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아직 이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가 남아있어 큰 변화 보다는 안정 속에서 '미래성장동력'에 집중하는 방향의 인사가 될 것이란 얘기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이미 삼성전자 3개 부문장을 비롯 전자 계열사 고위직 대부분을 교체한 바 있어 올해는 교체 폭이 넓지 않다.
다만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사업부에 따라 승진 규모가 갈리고 미래성장동력을 중심으로 글로벌 역량을 지닌 외부인재 영입 가능성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AI(인공지능)·5G(5세대통신)·전장(자동차전자부품)·바이오를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투자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AI 부문은 캐나다, 미국 등에 글로벌 AI센터를 연달아 개소하며 현지 전문가를 센터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중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삼성SDI 등의 임원인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인사에서 50대 경영진으로 '세대교체'를 이룬 만큼 올해 경영진 인사는 소폭일 가능성이 크지만 임원의 경우는 파격 인사도 예상된다.
한편, 지난달 29일 단행된 금융계열사의 임원 인사는 대부분 대표가 유임됐다. 삼성증권 장석훈 대표대행만 대표로 내정됐다. 삼성생명 현성철 대표, 삼성카드 원기찬 대표, 삼성화재 최영무 대표, 삼성자산운용 전영묵 대표는 모두 대표직을 유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인사에서는 반도체·부품을 총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인 권오현 부회장이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과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신 DS 부문장은 김기남 사장, CE 부문장은 김현석 사장, IM 부문장은 고동진 사장이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인사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면서 "성과에 따른 보상이란 측면에서 인사가 기본"이라는 원칙을 견지했다.
주요 경영진은 물론 각 사업부별 임원 인사는 실적과 성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삼성전자 사상 최대 이익 경신을 견인한 DS 부문은 기대가 크다. 반도체 사업부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6조81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76.56%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사업이 중심인 IM 부문은 다소 부진하다. IM사업부의 3분기 영업이익은 2조22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2.5% 급감했다.
올해 삼성전자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첫 정기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내년 초 이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가 예정돼 있어 큰 변화와 혁신 인사를 하기에는 어려움도 있어 '안정 속 변화'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