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전격적인 퇴진과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취임을 놓고 재계 및 패션업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후계구도가 결정된 듯 했던 재용, 부진, 서현 3남매의 역할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일 삼성복지재단이 임시이사회를 열어 신임 이사장에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을 선임하면서 이번 인사 변동이 처음 알려졌다. 삼성복지재단은 이서현 신임 이사장을 전(前)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라고 명기하면서 이서현 이사장의 삼성물산 사장 퇴임이 공개됐다.
또 이서현 이사장은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으로도 위촉되면서 경영 일선 퇴진과 함께 홍라희 여사가 맡아왔던 사회공헌과 문화 부문을 이어받게 됐다.
이에 대해 패션업계는 물론 삼성물산 내부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패션부문이 최근 몇 년간 어려워지긴 했어도 이번 4분기에 선전해 연간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서현 전 사장이 기획한 에잇세컨즈의 부진 등 경영실적 악화에 따른 경질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또 “오너 일가의 일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회사 분위기이기 때문에 이번 전격적인 인사에 대해서도 내부에서는 별 동요가 없다”면서 “다만 회사 매각설 등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다들 터무니 없어 하는 반응”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이서현 전 사장의 퇴진이 3남매 후계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에 더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2014년 이후 이어온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이부진 사장의 호텔신라, 이서현 사장의 삼성물산 패션부문이라는 구도에 변동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어차피 어머니인 홍라희 여사(라움미술관 전 관장)가 맡았던 사회공헌 및 문화 사업을 누군가는 이어가야 했기 때문에 이서현 전 사장이 그 적임자로 선택된 것으로 본다”고 분석하고, “다만 홍 여사의 후임으로 3남매 중 이서현 사장이 선택된 이유에 부진한 경영실적이 완전히 배제됐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사장단 인사에서 이서현 전 사장을 대신할 사장을 임명하지 않았기에 조만간 이서현 사장 퇴임에 대응하는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제일모직 사장으로 임명돼 4년간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이끈 이서현 사장의 퇴진이 국내 패션계 최고 기업인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회사 내부를 넘어 패션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