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우 두산중공업 사장의 '눈물', 탈원전·실적 쇼크 '사퇴'...창원시의회 탈원전폐기 촉구안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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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우 두산중공업 사장의 '눈물', 탈원전·실적 쇼크 '사퇴'...창원시의회 탈원전폐기 촉구안 가결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12.12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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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30% 감축, 직원 400명 계열사 전출 등에 이어 내년 과장급 이상 두 달간 유급 휴직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여러분 곁을 먼저 떠나려고 하니 미안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김명우 두산중공업 사장이 사퇴하면서 밝힌 이메일 중 한 구절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김명우 사장(59)은 10일 오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올해 3월 대표이사에 취임한지 9개월만에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비록 담담한 표현이지만 김 사장의 고뇌가 담긴 '눈물의 이메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김 사장은 최근 임원들에게 “후배들에게 좋은 회사를 물려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우 사장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임원 30% 감축 등 구조조정에 '심적 부담' 

김 사장은 올해 실적 부진에 따른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김명우 두산중공업 사장(왼쪽)이 지난 9월 5일 '두산중공업 에너지 솔루션 제공 사업 준공식'에 참석한 후 ESS 시설 내부 배터리룸을 둘러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임원을 30%가량 줄인 데 이어 직원 400여 명을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로 전출시키는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일감이 넘치던 2013년 8428명에 달했던 두산중공업 직원 수는 지난 9월 말 기준 7284명으로 1144명(13.6%)이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171명에 달했던 임원 수는 84명으로 반 토막 났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과장급 이상 중간간부급 직원을 대상으로 두 달간 유급 휴직도 시행할 계획이다. 희망퇴직이라는 강제 구조조정을 피하는 대신 유급 휴가 계획서를 받는 중이다. 

김명우 사장 입장에서 한 해 동안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내년에도 대내외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심적 압박과 고통이 클 수 밖에 없었다는 것. 

김 사장은 '임직원 여러분께'란 제목의 이메일에서 "민영화 직후 극심한 갈등과 진통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기업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꾼 것에서부터 중공업계 최고의 입사 선호기업으로 거듭난 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기술개발 투자, 해외 수주 10조원을 돌파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까지 그 모든 것들이 회사에 대한 자긍심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일시적으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상황이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돌이켜보면 회사는 과거에 이보다 더 큰 어려움과 위기를 여러 번 겪었지만 모두 극복해 왔다"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김 사장은 "여러분들의 저력과 두산의 지혜와 뚝심으로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비록 저는 회사를 떠나지만, 언제 어디서나 두산중공업과 여러분을 응원하겠다"고 격려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두산중공업 알짜기업 보유자산 매각에 이어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

두산중공업은 세계적 수준의 원자력 발전 기술을 갖고 있지만 탈원전 정책에 따라 위기에 처했다.

그 동안 잘 나가던 두산중공업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두산중공업은 1962년 창사 이후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발전기 등 국내 유일의 원자력발전 관련 장비 생산업체로 한국 원전산업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최악의 위기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여파로 국내에서 일감이 끊기고 중동지역을 비롯 해외에서도 발주가 감소했다. 

국내에서조차 외면받는 원자력발전소 공사를 맡기겠다는 나라를 찾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두산중공업은 보유자산인 알짜기업 매각하면서 버텨왔다. 지난 8월 3천681억원 규모의 두산밥캣 지분 10.55%(1천57만8천70주)를 전량 처분했다. 지난 3월에는 두산엔진 지분(42.7%)을 822억원에 사모펀드(PEF)에 매각한 바 있다.

하지만 경영여건은 개선되지 않았다. 두산중공업이 유급 휴직 등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배경이다.

결국 김명수 대표이사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이다. 그것도 대표이사 취임 후 9개월 만의 일이다. 직원을 아꼈던 인재개발 전문가 출신 대표이사로서는 눈물의 이메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기업의 운명이 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전문가들, "급격한 탈원전 정책 대신 원자력 기술력 키워나갈 대안도 찾아야"

두산중공업 ESS 시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무 대책도 없이 급격하게 탈원전을 추진한 정부 당국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고 얘기가 나온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전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토론회’에서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신재생에너지에는 가속패달을 밟고, 원전에는 급브레이크를 밟는 형국”이라며 “원전 정책은 정치적이 아닌 건전한 토론을 통해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원자력업계의 가장 큰 과제는 국내에 있는 원전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며 “신규건설 전면 백지화와 계속운전 전면 불허의 정책 기조 하에서는 국내의 공급망 유지가 불가능해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삼화 의원(바른미래당)은 “정부는 원전산업 생태계의 진화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인 만큼 조속히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현재 대한민국 원자력기술과 산업이 갖고 있는 경쟁력을 해치지 않고 더욱 키워나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신규 원전 4기 건설 중단 결정을 내렸다. 두산중공업 원자력 비즈니스그룹(BG)은 2021년 완공 예정인 울산 신고리 5, 6호기를 끝으로 일감이 끊긴다.

2015년부터 원자로 설비 등을 제작해온 울진 신한울 3, 4호기 건설 프로젝트도 지난해 정부가 사업을 중단했다. 사업이 최종 취소되면 두산중공업은 이미 제작한 기자재 비용 4930억원을 손실보게 된다. 

두산중공업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보다 85.5% 급감한 60억원에 불과하다.

두산중공업은 대한민국이 세계적 수준의 원자력 기술력을 갖게 된 역사와 같다. 1987년 영광 한빛 3, 4호기부터 국내 유일의 원자로 핵심 설비를 개발 담당했다. 해외 시장도 개척했다. 2009년엔 한국형 원전 모델인 ‘APR1400’을 개발해 20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을 수주했다. 

두산중공업·중소하청업체 위기에 지역경제 타격...창원시의회 탈원전 폐기 촉구안 가결

하지만 탈원전 정책 1년여 만에 생존을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올 상반기 기준 두산중공업의 단기 차입금은 2조9643억원에 달한다. 두산중공업은 연간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야 차입금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 구조다.

두산중공업 창원공장.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여파로 휘청하자 중소하청업체들이 무너지고 창원 지역경제는 위기에 처했다.

2016년 9조원을 웃돌던 두산중공업 수주액은 지난해 5조원 수준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선 3조6914억원까지 줄었다. 따라서 두산중공업은 운명이 위태로운 최대 위기에 처했다.

김종두 두산중공업 원자력사업부문 상무는 11일 원전산업 토론회에서 “원전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협력업체 90여 개가 탈원전 정책 이후 인력을 40% 정도 구조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부분 협력업체가 사업을 포기하고 싶다고 호소한다”고 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전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는 한 해외 원전 건설 수주도 쉽지 않다. 한전이 지난 8월 22조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13조원 규모의 원전사업을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도 한국과는 원전 건설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강하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는 100% 국산이지만 전기 부족도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부족한 전기를 러시아와 중국에서 싼 가격에 구매해 사용한다는 황당한 내용을 밝혔다. 멀쩡한 원전을 중단하고 해외에 의존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창원시의회는 11일 개최한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손태화 의원이 발의한 '탈원전 정책 폐기 촉구 결의안'을 표결 끝에 가결했다. 창원에 위치한 두산중공업과 중소기업들이 탈원전의 직격탄을 맞자 지역경제가 위기에 처한데 대한 반발이다. 

두산중공업은 진퇴양란이다. 정부의 급진적 정책에 따른 기업의 손실과 국민 피해에는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 또한 문제인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김명우 사장의 눈물에 두산중공업 임직원들이 함께 아파하는 이유가 아닐까.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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