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게으름은 비즈니스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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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게으름은 비즈니스를 부른다.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1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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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스트 소비자 덕분에 쑥쑥 성장하는 ‘게으름 경제(lazy economy)’

중국 인터넷 기업인 알리바바 그룹(Alibaba Group, 阿里巴巴集团控股有限公司) 운영의 중국 시장 내 최대 규모 오픈 마켓인 타오바오(Taobao, 淘宝网)에서 실시한 소비자 트렌드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2018년을 마감하며 중국에서 가장 두드러진 최신 경향으로 전에 없이 많은 소비자들이 따분하고 시간이 소요되는 일을 피하는 성향이 짙어지면서 자질구레한 집안일을 간편히 대체해 시간을 절약 해주는 아이디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한다.

알리바바가 발행하는 뉴스 사이트 알리질라(ALIZILA)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중국 소비자들은 이른바 ‘귀차니스트’ 라이스프타일을 영유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편의용품에 160억 유안(우리돈 약 2조 6조 5백 원)을 써서 이 분야 제품 매출상승율이 70%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귀차니트스 상품을 구입하는 주 고객층은 1995년도 이후에 출생한 25세 이하의 젊은층 소비자들이라는 사실이다. 1995년 이후 출생한 세대는 서구 마케팅업계에서는 아이세대(iGen) 또는 Z세대(Gen Z)로 불리는데, 애플 아이폰 같은 모바일 디지털 기기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 인구층이다.

운동화 끈을 매고푸는 수고를 덜어주고 컬러풀한 디자인 때문에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후크식 운동화 끈. 알리바바에서 판매된다.

이 Z세대 소비자층이 중국 소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다. 1990년대에 태어난 20대 소비자가 전체 중국인구의 15%, 2000년도 이후 태어난 20세 이하 청소년들이 20%를 차지한다. 이 젊은이들은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기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유비퀴터스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디지털 소황제(小皇帝)’로 불린다. 그들이  나고 자란 1990년대 중엽은 중국의 초고속 경제성장과 중산층의 증가 덕분에 물리적 풍요와 윤택한 삶을 숨쉬는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기며 자란 최초의 세대인 만큼 디지털 소황제들은 원하는 모든 다양한 것을 즉시 편하게 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높은 기대치에 익숙해져 있다.

빅조(Big Joe) 빈백 '밀라노' 모델은 게임머 용으로 디자인됐다. Courtesy: Big Joe®

중국의 마케팅 업계에서는 편의를 좋아하는 게으른 도시젊은이들을 더 게으르게 만든다며 이같은 제품이 인기를 끄는 추세를 가리켜서 ‘게으름 경제(Lazy Economy)’라 이름했다. 게다가 중국의 젊은세대들은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치열한 대학 입시경쟁과 대학 졸업 후에도 이어지는 취업시험과 각종 성장관문을 통과하는데 전념하느라 요리, 청소, 바느질이나 생필품 만들기 등과 같은 소일이지만 기초적 생존 스킬(survival skills)을 배우지 못하고 자란 도시 유년들이기도 하다.

누운 자세로 손으로 들지 않고 스마트폰을 시청할 수 있는 스마트폰 스탠드는 특히 20대 중국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 사진은 최근 국내 크라우드펀딩 투자 사이트 와디즈(Wadiz.kr)에서 소개된 허킨스 스마트폰 스탠드.

그런 추세의 일맥이자 연결 선상으로 특히 도시에 거주하는 젊은세대층은 주로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소형 편의성 가전, 의류, 뷰티아이템, 심지어는 식음료품을 구입한다. '게으름 경제'라는 신조어에는 젊은 소비자들이 육체노동을 꺼리고 편의 만을 바치는 게으른 집단으로 간주하는 듯한 선입견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같은 새 소비 트렌드는 실은 일과 사회생활로 바쁘지만 글로벌 시대에 늘 새로 밀려들어오는 신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고 싶어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현상이다.

알보헤스 Z5(ALBOHES Z5) 무인 유리창 청소기 로봇. 이 제품은 샹하이에 사는 도시전문직 30대 소비자들이 특히 많이 구매했다.

타오바오 소비자연구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은 생활 필수품 보다는 부수적인 라이프스타일 용품을 구입하는데 더 많은 돈을 쓴다. 예컨대, 기존의 프라이팬이나 냄비 같은 기초적 주뱡용품 대신 전기 자동조리기, 인스턴트 음식물을 데워주는 자기발열 식기, 버튼만 누르면 커피가 제조되는 캡슐주입식 자동 커피제조기, 무인 먼지흡입기 로봇과 자동유리창 청소기 같이 번거로운 일을 가급적 줄여주는자동화 제품이 그런 예. 하이테크가 응용된 편의용품들은 귀찮은 손일을 가급적 줄여주고 그렇게 해서 절약된 시간을 여가활동을 즐기거나 바쁜 아침 잠 한 숨을 더 잘 수 있는 짜투리 시간을 벌어 준다.

서비스도 급속히 간편화되며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역시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는 큰 인기를 끌면서 현재 전세계 음식 배달 사업 분야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단, 지난 2017년부터 본격화한 온라인 배달 플랫폼을 통한 음식 주문 모델의 성장세는 둔해진 반면, 음식점에서 직접 주문해 배달받는 R2C(Restaurant-to-Consumer) 사업 모델은 향후 5년 동안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스타티스티카(Statistica) 통계연구소는 전망한다.

일명 '양말빨기용' 미니 세탁기는 양말과 내의는 물론 아기용 세탁기로 싱글 직장인과 주부들이 애용한다.

중국 소비자 소비행태 연구소 CBNDate가 분석한 2018년 통계결과에 따르면 오는날 중국 젊은이들의 절대다수는 여러가지 직장을 뛰며 생계를 잇는 ‘슬래시족(slashers)’이라고 한다. 슬래시족은 2007년 <뉴욕타임즈> 지 칼럼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신조어로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슬래시(/)로 줄줄이 표기[예컨대, 건축가/블로거/요가강사)하는 투잡족과 쓰리잡족을 뜻한다. 70-80년대 태생 세대는 안정적 직업과 소유를 지향하는 반면, 90년대 태생 젊은이들은 여러개 직업을 동시에 오가며 생활하고 워라밸(일삶균형)을 중시한다. 럭셔리 제품에 익숙하지만 구매할 땐 가성비(value for the money)를 중시하는 탄력적이고 실리적 소비 마인드를 갖고 있다.

가만히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경제성장 둔화, 고지가와 고물가, 모바일 문화와 테크가 주도하고 있는 지금, 어느새 현대 소비자들은 나이와 세대를 불문하고 이제까지 나태하고 기이하고 별나다 여겼던 청년세대의 실용주의 마인드에 나도 모르게 젓어들어 소비행위로 표현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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