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거뒀던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하반기 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등으로 지난해 3분기 부터 누적 순이익이 내림세를 보였고, 흥국화재는 지난해 순이익이 47%나 감소했다.
손보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된 이유로는 우선 사실상 성장을 멈춰버린 시장 여건이 꼽힌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저성장과 시장포화의 상황에서 폭염, 태풍 등 계절적 요인과 이례적으로 높은 4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발목을 잡았다. 정비수가 상향과 사고 건당 청구액 상승, 최저임금 인상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4분기 영업일수 증가로 장기 위험손해율이 작년보다 높아졌으며, 주식시장 침체로 트레이딩손실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를 제외한 주요 손보사들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017년보다 평균 20% 이상 일제히 감소했다.
국내 최대 손보사인 삼성화재의 실적은 개선됐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 4554억원으로 2017년 동기(1조 2576억원) 대비 15.7%(1978억원)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1조553억원에서 1조 738억원으로 1.8%(185억원) 증가했다.
전년대비 순익이 늘어난 삼성화재는 지난해 5월 삼성전자 주식 401만6448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던 것이 호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화재 측은 “일회성 이익을 제외해도 당기순이익이 10% 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손보업계 ‘빅4’인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의 지난해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6%, 19.5%, 27.2% 감소한 3735억원과 5389억원, 262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현대해상은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5335억 원으로 전년보다 15.4%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15조7466억 원으로 0.9%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3735억원으로 19.6% 감소했다.
현대해상 측은 "손해율 및 사업비율 상승에 따라 전년 대비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현대해상의 손해율은 2017년 79.5%에서 지난해 85.6%로 6.1%p 뛰었다.
DB손해보험은 최근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대규모법인 15%)이상 변경 공시를 통해 지난해 영업이익이 7246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 감소했다고 밝혔다.매출액은 17조3963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4589억원(2.6%)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53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302억원(19.5%)이 감소했다.
DB손해보험 측은 손해율 상승에 따른 보험영업이익 악화 등이 매출액 및 손익구조 변동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흥국화재 등 도 누적 순이익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26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6.8% 하락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지난해 장기 인보장 신계약 매출이 증가하면서 추가상각 등 비용이 늘어 당기순이익은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44.8% 감소한 815억원을, 흥국화재는 무려 47.0% 감소한 452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8일 장마감후 공시를 통해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1212억7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0.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913억1426만원으로 22.3% 늘었고, 매출액은 3.7% 증가한 2조3738억원을 기록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