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원인, 탈원전 아니다"... 정부 비판에 진화 나선 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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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원인, 탈원전 아니다"... 정부 비판에 진화 나선 한전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02.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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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가동률 감소 불가피 역설... 직원들 ‘냉소적 분위기’ 많아 ‘딜레마’ 직면
한전의 적자전환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보도가 이어지자, 한전이 진화에 나섰다. 사진은 김종갑 한전 사장.

최근 한전의 2018년 연결실적이 6년 만에 적자전환한 것을 두고 언론들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연결시키자, 한전이 급히 이를 진화하고 나섰다.

또 김종갑 한전 사장은 발전사에 고통을 분담 차원에서의 정산조정계수 변경을 추진하고, 기업형 농사 전기요금 인상 등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많은 한전 내부 직원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의 자구책 노력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 냉소적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24일 “한전의 적자전환이 탈원전 영향이라는 보도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했다. 한전은 ’18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의 적자전환은 국제 연료가격의 급등이 주된 원인이며, 이로 인해 연료비가 ’17년 대비 3.6조원 증가했고, 민간 전력구입비도 ’17년 대비 4.0조원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전도 원전이용률 하락이 실적 감소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는 격납건물 철판부식, 콘크리트 공극 발견 등 안전점검이 필요했던 원전에 대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보정 조치 등에 따른 것이며,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전은 원전이용률에 따른 한전 실적 변화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전은 또 해명자료를 통해 ‘2018년 원전 정비일수가 증가한 것은 불필요한 예방정비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격납건물 철판부식, 콘크리트 공극 등 과거 건설 원전의 부실시공에 따른 보정 조치 등을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격납건물 철판과 콘크리트는 원자로 용기용융 등 중대사고 발생시 방사선 누출을 막아주는 설비로서, 여기에 부식 또는 공극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방사선 누출로 인해 국민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는 국민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최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사항이며, 이에 따라 한수원은 원전안전 관련 기준과 절차에 입각해 철저히 정비를 수행하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 설명에 대해 한 전력 전문가는 “부실시공이라고 지적된 원전들은 과거 통합 한전 시절(발전회사 분사 전)에 건설된 것들이 대부분인데, 이 설명대로라면 자신들의 감독 책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 관계자는 “원전 건설의 주체였던 한전과 한수원의 과실을 인정하는 것이라면 당시 책임자들을 고발 조치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한전과 전력그룹은 올해 자구노력을 통해 2조원 이상을 절약할 계획으로 있다. 이는 3월 전력그룹사 사장단 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구체적으로는 주택용 누진제와 산업용 경부하 요금제 개편에 대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에 있으며, 금번 전기요금 체계개편은 소비자의 부담이 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불합리한 제도 개선에 중점을 두고 민관 TF에서 검토 중이다.

다수의 한전 직원들에 따르면, 김종갑 한전 사장은 발전사에 일정 이익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알려진 ‘정산조정계수’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조정을 거치는 ‘정산조정계수’는 필요에 따라 분기별로 조정이 가능해 한전의 적자를 발전사에 전가하는 도구로 쓰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합리적인 개편을 통해 이런 비판에서 벗어나고, 현실적으로 수익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역할을 하게 하자는 것이 김종갑 사장의 구상이라고 전해진다.

또 기업형태로 대규모로 운영되는 농어촌 물류창고 등에 가장 저렴한 농사용 전기요금이 부과되는 것에도 김 사장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전기요금 체계개편 민관TF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장의 다수 한전 직원들은 이런 회사의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탈원전 정책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올해도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 사측의 자구노력이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사업소 초급 간부는 “흑자라고 해서 직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었기에 사실상 회사 실적에는 큰 관심이 없다”면서도 “적자를 줄이기 위해 설비 보수 예산들까지 삭감되면,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 본사의 중급 관리자는 “공기업이 정부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는 없으며, 정책에 따라 회사 실적이 좌우되는 것은 익숙한 장면”이라면서도 “방향성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정책의 디테일에는 아쉬움이 많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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