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대란', 현대차 '노동 경직성'의 현주소...왜 도로 위에서 볼 수 없나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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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세이드 대란', 현대차 '노동 경직성'의 현주소...왜 도로 위에서 볼 수 없나 살펴보니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2.2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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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1000여 대 예약 물량, 출고까지 최대 10개월 대기...노조와의 생산 협상 문제로 늦어져

팰리세이드가 안 보인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만큼, 체감상 도로 위에서 팰리세이드가 눈에 띄지 않는다. 

5만1000여대. 현재 기준 팰리세이드 계약 대수다. 

차량 출고까지 적어도 6개월, 원하는 사양에 따라 최대 10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2017년 국내 대형 SUV 시장 총 판매 대수가 5만5천여대였으니, 팰리세이드는 현재 계약 대수만으로 2017년 연간 시장 규모와 맞먹는다.

이렇게 잘나가는 팰리세이드가 한편으론 현대차의 고민거리다. 고객들이 바라는 만큼 최대한 빨리 팰리세이드를 생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4월부턴 북미 수출을 시작한다. 북미는 대형 SUV 시장의 '블랙홀'이다. 팰리세이드는 애초에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요즘 대세다. 팰리세이드를 지금 주문하면 적어도 6개월, 많게는 10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고 있다. 현대차가 이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순 없을까? <출처=현대차 홈페이지>

팰리세이드를 만드는 현대차 울산 4공장의 월평균 생산량은 5000여대다. 이 중 대략 절반은 4월부터 북미로 간다. 팰리세이드 예약자들이 차를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이유다. 

◆ 팰리세이드 대란으로 드러난 '현대차의 노동 경직성'..."고객을 기다리게 하는 기업은 결국 고객을 잃게 될 것"

대란 아닌 대란, 팰리세이드 대란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이렇게 원하는 사람이 많은데 왜 발빠르게 만들지 못하느냐'다.

현대차 울산공장. '팰리세이드 대란(공급 문제)'를 말할 때 함께 등장하는 건 현대차의 '노동 경직성'이다. <출처=헤럴드경제>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위 물음에 "현대차의 노동 유연성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알 수 있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수요 예측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며 "수요 예측보다 중요한 건 고객이 원할 때 실시간으로 차를 공급해주는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김 교수는 "고객을 기다리게 하는 기업은 결국 고객을 잃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다림의 마지노선을 3개월 정도로 본다"며 "그 이후에는 고객이 변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차 효과를 누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이때, "확 치고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럼 현대차가 시장 반응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김 교수는 노조를 꼽았다. 그는 "현대차의 노동 경직성이 심각하다"며 "경영 관련 사안도 노조의 승인을 받아야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는 직원 복지에 신경을 쓰고 회사 경영은 경영진을 믿고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필수 교수는 '정부 대처'에 대해 "노조, 특히 민주노총에 대해서 정부는 어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안이지만, '그 정도 조건이면 괜찮다, 일하고 싶다'는 청년들의 바람과 무관하게 파업을 꺼내 들며 경사노위에서의 '광주형 일자리 합의'를 질질 끈 것도 민주노총이었다. 

김 교수는 "'회사는 망해도 노조는 영원하다'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대차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노사가 적극적인 증산에 합의한 상태이고 증산을 위한 부품 수급 등을 준비한 상태"라며 "조만간 증산에 돌입하면 출고 대기 물량이 빠르게 해소돼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팰리세이드 북미 수출은 4월부터다. 세계시장에서도 성공을 이어갈지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 위 사진은 현대차가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피키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 전광판에 ‘방탄소년단 글로벌 캠페인’ 티저영상을 상영하는 모습. 방탄소년단은 팰리세이드의 글로벌 홍보대사다. <출처=현대차 홈페이지>

◆ "팰리세이드 열풍은 자연스러운 신차 효과" "국내 자동차 시장, 대형 SUV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 

다른 의문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팰리세이드 인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느냐다. 

하성용 신한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팰리세이드는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모하비나 맥스크루즈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국내 대형 SUV 시장에서 팰리세이드는 눈에 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차 효과'이기 때문에 빠르면 6개월, 늦어도 10개월 이내에 다른 대형 SUV 차량과 비슷한 수준의 수요를 나타낼 것"이라고 하 교수는 덧붙였다. 그는 "따라서 급하게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식의 대응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팰리세이드 공급 부족 문제를 특근, 교대 근무 확대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팰리세이드 열풍을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가 변해가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재용 이화여대 교수(미래사회공학부)는 "국내 자동차 총 대수는 대략 2500만대에 육박한다"며 "인구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시장은 '포화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자동차 신규 수요는 20대·30대에서 발생하지 않고 40대·50대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그나마 40대·50대의 자동차 교체가 신규 수요라는 말이다. 

박 교수는 "기존 중형 SUV를 찾던 40대·50대가 중형 SUV 가격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팰리세이드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며 "만약 하반기에 또 다른 대형 SUV인 기아의 텔루라이드가 국내에 출시되면, 향후 국내 자동차 시장은 대형 SUV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팰리세이드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미래와 현재,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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