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2040년까지 세계 수소차 시장점유율 1위 국가가 되겠다고 자신한다.

2040년까지 수소차 330만대(누적) 수출을 달성하겠다는 것.

26일 업계 관계자들은 "팔 곳이 없는데 생산을 늘려서 어쩌겠다는 것이냐" "10년, 20년 동안 돈을 벌지 않겠다는 것이냐"라고 비판한다.

정부 목표는 세계 수소차 시장이 확대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수치는 물론 20년 후 머나먼 미래 계획 수치를 발표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황당하다는 것. 

하지만 세계 자동차 시장은 수소차보다는 전기차(순수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로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 

정부가 내건 목표가 얼마나 가까운지, 얼마나 먼지 알아보고자 수소차의 현 수출 상황을 짚어봤다.  

◆ 현대차 '넥쏘' 출시 후 수출이 좀 늘었지만... 수소차 월 평균 38대, 하이브리드차 1만2258대, 순수 전기차 4600대 수출

2018년 3월 국내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2세대 수소차 '넥쏘'가 7월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도 판매됐다. 

이 영향으로 2018년 7월부터 올 2월까지 수소차 수출량은 56대, 28대, 15대, 50대, 21대, 33대, 63대, 38대를 기록했다. 매월 평균 38대를 수출한 것.

넥쏘의 미국, 유럽 시장 판매 이전(1월~6월) 월 평균 3대 수출한 것에 비해 12배 성장했다. 

하지만 다른 친환경차의 수출량과 비교했을 땐 민망한 수치다. 

수소차(넥쏘)가 월 평균 38대를 수출하는 동안, 하이브리드차(HEV)는 월 평균 1만2258.3대를 수출했다. 

순수 전기차(BEV)는 월 평균 4600.3대를 수출했고, 플러그드인-하이브리드차(PHEV)도 월 평균 1232.5대를 수출했다. 

수소차 수출량만큼 가파르게 증가하진 않았지만, 하이브리드차와 순수전기차, 플러그드인-하이브리드차 모두 수소차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수출했다. 각 322배, 121배, 32배 수소차보다 많이 팔았다.

실질적으로 해외 시장이 친환경차 중에서 특히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고 성장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정부 기대와 어긋나는 지점이자, 정부가 '지나치게 먼 미래'를 보고 있다는 대목이다.

◆ 만들어도 팔 곳 없는데, 연 10만대 생산하겠다고?

전문가들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비판하는 것도 정부의 예상과 달리 수소차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낙관하기에는 현재 수소차 시장이 너무나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2025년까지 매년 10만대 수준의 수소차 양산체계를 구축해 수소차 가격을 떨어뜨려 시장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과)는 "정부가 현재 너무 '오버'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2040년을 보고 계획을 세웠다는데, 그럼 10~20년 동안 돈을 안 벌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수소충전소 구축에만 30억이 들어가고, 수소를 생산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든다"며 "이런 낮은 경제성 때문에 유럽과 미국은 수소차보다 전기차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이 수소차를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든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과 유럽의 각 정부와 기업이 전기차와 달리 수소차 확대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김필수 교수는 "만들어도 팔 곳이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우리 정부나 기업이 인지해야 한다"며 "수소차 시장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먼 미래일 수 있으니, 과도한 투자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함께 세계 수소차 시장을 양분하는 도요타도 잉여자금으로 수소차 개발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도요타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7.9%로 현대차 영업이익률 1.2%의 6.6배 수준이다. 

◆ 하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이 수소차 육성으로 움직이면?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변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전기차 보조금 정책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빠르게 탈바꿈됐다.

그럼 만약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소차 육성 정책을 꺼내들면 어떻게 될까?

25일 중국 정부의 '수소 인프라 ' 공식화 소식으로 수소차 관련 주들이 일제히 상승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의 변화는 모든 자동차 업체들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것과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 충전소 1000개로 확충하고 전기차 보조금은 폐지하되 수소차 보조금은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차를 세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투자보다 '중국 정부를 꼬시는 것'이라는 우스개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0년 후 먼 미래의 장밋빛 환상과 같은 정부의 계획은 '아니면 말고'식 무책임 행정의 극치"라며 "정부가 뜬구름같은 공상 보다는 손에 잡히는 계획과 수치로 다가가야 신뢰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