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를 자본이득과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부유출을 막고 고용과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합리적인 상속세제 개편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세 가지의 상속세제 개편방향을 제시했다.
첫 번째 방안은 미국과 같이 상속세율을 소득세율과 일치시키고, 증여합산 연도를 고려해 공제한도를 현행 대비 2배 인상하는 안이다. 다음 대안은 독일식 개편안으로 최고세율을 30%로 소득세율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하고, 공제한도를 현행대비 1.7배 인상하는 안이다. 세 번째 안은 캐나다 방식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최고세율을 기준으로 실효세율을 추정하면,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유효세율은 40.4%에 달하지만, 미국식으로 개편하면 30.2%, 독일식으로 개편한다면 26.2%, 캐나다식으로 개편할 경우 22%로 낮아진다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상속세제 개편으로 GDP 0.28%, 일자리 11만개 증가
한경연은 상속세 개편이 고용, 경상수지, 내수, 국내총생산(GDP) 등 국민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고용의 경우 2013년 상용 근로자 1230만 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약 6만개에서 11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상속세 개편으로 자본이 축척되면 생산과 투자가 늘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또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는 0.17%에서0.35%까지 증가하고, 경상수지 흑자는 최소 1.24%에서 최대 2.46%까지 증가할 것으로 한경연은 전망했다. 여기에 GDP는 최소 0.14%에서 최대 0.28%까지 증가할 것으로 한경연은 추정했다.
한편 상속세율을 인하하거나 폐지할 경우 상속・증여 세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하겠지만, 근로소득세・법인세・소비세 등 여타 세수입이 증가하면서 총 세수 감소 추정치는 연간 7천억 원에서 1조 3천 8백억 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GDP 증가 등을 감안할 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경연은 상속세제 개편의 근거로 이중과세 문제와 국제 추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었다. 조경엽 한경연 공공연구실장은 “부모 세대가 부를 축적하는 단계에서 이미 과세된 재산에 다시 상속세를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며, “이 때문에 독일,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등 대부분 국가들이 상속세율을 소득세율보다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 국가와 상이하게 미국과 프랑스는 소득세율과 상속세율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소득원천간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며, 실제로 공제금액을 높게 가져감으로써 이중과세 문제를 완화하고 있다.
한편 대부분 국가들과 달리 상속세율을 소득세율보다 높게 유지하는 국가는 한국, 일본, 헝가리 3개국 뿐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일본 55%보다 낮지만 대주주 할증액을 포함할 경우 65%에 달하고, 소득세와의 격차도 27%p로 세계 최고수준에 해당한다.
더욱이 공제한도도 매우 낮아 배우자와 1자녀를 가정할 경우 우리나라의 상속세 면세점은 약 10억 원으로 미국 55억 원, 독일 17억 원, 일본 23억 원에 비해 낮다.
한편 보고서는 자본유출을 막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소득재분배에 보다 유용하다는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상속과세를 자본이득과세로 전환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자본이득과세 도입 논의 등이 있어 왔지만 조세인프라 미비 등이 걸림돌이 되어 왔다. 이에 대해 조 경엽 실장은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가 정착되고 국세청의 통합정보시스템이 구축되고 있기 때문에 자본이득과세로 전환해도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시에 자본이득과세로 전환하는 것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미국식→독일식→캐나다식’의 단계적 개편방안도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불합리한 상속증여세법 조항 개선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원영 jwyc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