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에 따라 빈소에 조화를 보낼 예정이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이 조문할 계획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서면 메시지를 통해 "문 대통령의 이 회장에 대한 메시지는 유족들에게 직접 전달될 예정"이라며 "청와대에서는 노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 경제수석이 빈소가 마련되는 대로 조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에 대한 추모메시지는 SNS 등에 공개하는 대신, 노 비서실장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 유족들에게 구두로 전달될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이 회장의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는 취임 이후 활발히 교류했다. 2018년 7월 인도 순방 당시 현지 최대 핸드폰 공장인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신공장을 이 부회장과 함께 찾은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한 데 이어 각종 기업인 행사 등을 통해 총 10차례에 걸쳐 이 부회장을 만났다.
지난해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반도체 경기’를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당시 삼성 공장이나 연구소를 방문해 달라는 이 부회장의 요청에 문 대통령은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해 이 부회장을 격려하며, 우리나라를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재계 인사가 별세했을 때 비슷한 방식으로 조의를 표해왔다.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고 청와대 실장급 인사가 조문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9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별세했을 때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조문한 바 있다. 지난 1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했을 때도 김 정책실장이 조문했다.
다만 이 회장 별세에 김 정책실장 대신 노 비서실장이 조문하기로 한 것은, 이른바 ‘삼성 저격수’로 통하는 김 정책실장 이외의 인사가 적합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의 이 회장 별세에 대한 메시지는 청와대 차원에서 공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노 비서실장이나 이 경제수석이 조문하면서 별도의 언급을 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18년 5월 구본무 LG그룹 회장 별세 때에는 장하성 정책실장(현 주중대사)이 청와대를 대표해 조문을 가서 ‘정말 존경받는 훌륭한 재계의 큰 별이 가셔서 안타깝다’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직접 조문한 경우는 정치적 이슈와 관련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1월 밀양 화재 피해자 합동분향소와 지난해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 지난해 12월 소방헬기 추락사고 합동영결식 등 세 차례 뿐이다. 특히 김 할머니에 대한 조문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빈소를 찾은 것인 만큼 한일 양국의 관심이 집중됐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