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저가 브랜드 '라우펜' 판매 호조 '눈길'...올해 판매량 전년比 30% 성장 전망
- 3분기 호실적에도 내수 실적개선은 못 이뤄...EV 타이어 등 고성능 제품 판매 박차
한국타이어가 고성능 타이어와 중저가 브랜드를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업황 악화를 극복하고 있다. 내수 부진을 만회하는 '한 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국타이어의 영업(잠정)실적을 보면, 회사는 올 3분기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3분기 매출 1조8866억원, 영업이익 2247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2.8%, 24.6% 증가한 수치다.
3분기 호실적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교체용(RE) 타이어 판매가 증가한 것이 크게 기여했다. RE 타이어의 수요 회복이 신차용(OE) 타이어의 판매 부진을 상쇄한 모양새다. 중국 시장도 18인치 이상 고인치 판매 비중이 33.6%로 전년동기대비 8.9%p 상승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이 가운데 한국타이어의 전략 브랜드인 '라우펜(Laufenn)'의 판매 호조가 이목을 끈다. 라우펜은 지난 9월 월별 최고 판매를 기록했고, 올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580만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프리미엄 브랜드 '한국(Hankook)'과 중저가 수요를 겨냥한 라우펜을 동시 운영하면서 판매 저변을 넓히고 있다.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타이어의 3분기 실적에 대해 "지난 수년간 공을 들여온 유통망 채널 확장, 전략 브랜드 공급 등을 통해 전 제품군에서 경쟁사 대비 판매 호조세를 보이며, 시장 점유율 상승을 달성한 점이 고무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으로 글로벌 영업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내수에서 실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한 것은 뼈아픈 부분이다. 3분기 호실적 속에서도 국내에선 신차용 타이어 판매가 소폭 감소했다.
현대차 등 주요 완성차로의 공급이 축소되면서 국내에서 신차 효과를 누리지 못한 것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와 볼륨 SUV 중심으로 고급화 전략을 취하면서 미쉐린, 콘티넨탈 등 외산 타이어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영업이익 감소세도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은 2016년 1조원을 돌파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7년 7934억원, 2018년 7027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5440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올해는 하반기 실적 호조가 상반기 부진을 만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영업이익 5000억원대를 유지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타이어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전기차(EV) 전용 타이어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신규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조금씩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폭스바겐 'ID.3'과 포르쉐 '타이칸', 테슬라 '모델3' 등에 EV 전용 타이어 OE 공급 계약을 따냈고, 세계적인 전기차 레이싱 대회 ‘ABB FIA 포뮬러 E 월드 챔피언십’에 2022~2023 시즌부터 EV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게 됐다.
업계에선 현재 EV 타이어 물량이 한국타이어의 실적 개선을 이끌 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글로벌 완성차에 OE 공급을 늘려가면서 중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회사는 2025년까지 신차용 타이어 내 EV 판매 비중을 10%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회사는 고성능 타이어를 앞세워 벤츠, BMW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에도 OE 타이어 공급을 확대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600마력 엔진의 아우디 초고성능 쿠페형 세단 ‘RS7 스포트백’과 슈퍼 왜건 ‘RS6 아반트’에 OE 타이어를 공급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침체된 시장 환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고인치 타이어 판매 확대와 다변화된 제품 포트폴리오 확보, 해외 지역별 유통 전략 최적화 등을 통해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