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 소재사업 장미빛 미래를 확신할 수 없어...불확실성 크다
포스코케미칼(대표 민경준)의 포스코그룹 내에서의 입지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포스코그룹이 2차전지 소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찍고 최우선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내화물을 공급하던 업체에서 그룹의 미래가 된 포스코케미칼이 기대에 보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포스코케미칼은 오는 13~14일 주주들과 우리사주조합을 상대로 유상증자를 위한 청약을 시행한다. 이에 앞서 그동안의 주가 움직임을 반영해 8일 신주 발행가격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새로 발행하는 주식은 총 1647만5000주로 현재 유통주식(6098만8220주)의 27% 수준이다. 증자가 완료되면 1조1779억원(예정금액 기준)을 얻게 된다. 2차전지 관련주가 투자열기를 타고 있어 주주들로부터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 조달 금액도 1조원 이상은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1조원의 자금은 설비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양극재 광양공장 증설 등 시설투자에 6900억원, 흑연과 리튬 등의 원재료 확보에 1600억원, 유럽 양극재 생산공장 건설에 1500억원이 투자된다.
최정우 회장이 밀고 있는 미래 먹거리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배터리) 소재다. 2018년 7월 취임한 최정우 회장은 2차전지 소재를 포스코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해 온 바 있다. 2차전지 산업은 배터리를 제조하는 회사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음·양극재 등을 생산하는 소재 회사 그리고 이런 소재에 필요한 리튬, 니켈, 흑연 등 원료를 가공·공급하는 원료공급사로 분류된다. 포스코가 2차전지 완성품 제조를 제외한 모든 공급 사슬망에 뛰어들겠단 것이다. 최 회장은 올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신사업 측면에서 아직 보여준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핵심 사업이 배터리 소재사업이며, 이 사업을 포스코케미칼이 주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합병해 지난 2019년 3월 포스코케미칼을 출범시키고 설비 투자를 감행했고 최근 1조원 유상증자까지 단행했다. 포스코는 리튬, 니켈 및 흑연 등 핵심 원료 조달 및 가공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 30일 포스코는 보유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소금호수)의 최종 매장량을 평가한 결과 리튬 매장량이 인수 당시 추산한 220만톤보다 6배 늘어난 1350만톤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전기차 약 3억70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는 고용량 배터리 양극재의 필수 원료인 고순도 니켈 생산도 추진한다. 그동안 축적한 쇳물 생산과 불순물 제거 기술을 바탕으로 친환경 고순도 니켈 제련 공정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며, 폐배터리에서 니켈과 리튬, 코발트 등을 추출하는 재활용 사업에도 진출한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고, 관련 매출을 연 23조원으로 늘리는게 목표다. 23조원은 지난해 포스코의 별도 기준 매출인 30조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지속된 투자를 통해 포스코케미칼의 생산능력을 대폭 키울 예정이다. 2030년 현재 연간 생산능력 4만톤 수준의 양극재를 40만톤으로 늘리고, 4만4000톤 수준의 음극재는 26만톤으로 늘릴 예정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 4일 신년사에서도 배터리 소재사업 도약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육성 중인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리튬, 니켈, 흑연 등 원료에서부터 양극재와 음극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강화하고, 생산능력을 지속 확대하여 글로벌 탑티어(top tier)로 도약해야 하겠다”고 주문했다.
포스코가 전기차 배터리 소재사업에 꽂힌 이유는 유망한 시장 성장세 때문이다.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를 대신해 미래차 대세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매년 연평균 25%씩 성장해 오는 2025년에는 1600억달러(약 186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같은 시기 1490억달러로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뛰어넘는 규모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 소재 시장도 대폭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포스코케미칼의 그룹내 입지가 확 달라졌다. 포스코케미칼은 과거 고로에 들어가는 내화물을 공급하던 업체였다. 1971년 포항축로 주식회사로 출발한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50여년간 내화물 및 축로 전문 회사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2001년 포스렉으로 상호가 변경됐고, 2010년에는 포스코켐텍으로, 2019년 3월에는 포스코케미칼로 이름이 바뀌었다. 2010년 경만 하더라도 포스코 내의 주요 계열사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최정우 회장 대에 들어서 그룹 내 위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포스코 주요 국내 계열사들로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 포스코ICT, 포스코SPS, 포스코엠텍, 포스코케미칼 등이 꼽히는데 포스코케미칼의 포스코그룹의 미래 핵심사업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그룹차원의 지원이 투입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조직개편에서도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본부를 에너지소재사업부로 개편하고 산하에 전략실과 마케팅실을 신설했다. 사업부장에는 그동안 음극재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두지휘해 온 정대헌 포스코케미칼 음극소재실장이 승진, 보임했다. 확실한 밀어주기를 통해 성과를 내려는 의도다. \
이러한 상황은 포스코케미칼의 주가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의 주가는 올해 3월만 하더라도 3만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현재 13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특히 최근 3개월간 급등세가 놀랄만 하다. 지난 10월 말 6만6000원 수준에서 올해 1월 8일 13만원으로 두배 이상 뛰었다.
2차 전지 소재사업 장미빛 미래를 확신할 수 없어...불확실성 크다
포스코케미칼의 미래가 장미빛이었으면 좋겠지만 이를 아직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2차전지 소재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고 변수들도 많다.
우선 포스코그룹 차원의 미래 희망으로 보기에는 나타나는 실적 자체가 부실하다. 포스코케미칼의 연간 실적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포스코케미칼의 연간 실적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포스코케미칼의 영업이익은 2018년 1063억원, 2019년 899억원, 올해 650억원(전망치) 등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최 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민지 2년이 넘었지만 실적으로는 보여준 것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지난해 연말 미국 GM과 LG화학 합작사에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고 미국 얼티엄셀즈와도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는 등 점점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희망이다.
2차 전지소재 분야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갖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이겨야 한다. 중국은 2차전지 소재인 양극재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이 64%이며, 음극재는 74%에 달한다. 중국의 2차전지 소재는 당국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의 지원을 받는 중국보다 우위에 설지 미지수다.
또 포스코는 음극재 원료인 흑연에 대한 중국 의존도도 크다. 현재 약 70% 이상으로 추정된다. 포스코는 음극재 원료인 흑연의 수급 다변화를 위해 아프리카, 호주 등에서 흑연 광산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산 원료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출 방침이지만 생산능력의 대폭 확대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목표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후발주자들의 투자도 무섭다. 이러한 투자들은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포스코케미칼에게는 장기적 악재가 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1조4547억원 규모의 배터리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한 엘앤에프는 생산공장 증설에 21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해당 양극재가 포함된 배터리는 미국 테슬라 차량에 탑재될 예정이다.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 공급에 대응하기 위해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양극재 생산 제4공장을 건립해 연간 생산량을 약 7만톤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양극소재 기업 에코프로비엠은 주요 고객사였던 삼성SDI와 손잡고 에코프로이엠을 설립, 양극재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합작법인에 40% 지분을 투자했다. 총 1800억원이 투입되는 해당 공장에선 2023년 연간 3만1000톤의 하이니켈 양극재가 생산될 계획이다. 동박제조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에 부지 2만평을 확보해 음극재 소재를 위한 생산공장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계획의 실현 가능성도 변수다. 사실 포스코케미칼이 음극재 사업을 벌인 것은 2010년이지만 집중적 지원을 받은 것은 최정우 회장이 드라이브를 건 2018년 부터다. 최 회장은 배터리 소재 사업에 대한 비전을 2030년으로 설정했다. 그만큼 장기적인 비전과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포스코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수장이 바뀌는 흑역사를 갖고 있다. 최 회장이 비전으로 삼은 배터리 소재 사업이 영속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남는 이유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2차 전지 분야는 중국이 압도적 1위인데 당국의 지원을 받는 중국을 유의미한 격차로 포스코가 이겨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장기 프로젝트로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게 중요한데 매번 최고경영진이 바뀌는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