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용 후판 글로벌 공급부족 심화...조선업계, 후판가 인상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
선가 상승세가 후판가격 상승세 못따라가...조선업계 1분기 실적 줄줄이 악화
조선업계에 철강가격 상승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올들어 수주 회복으로 실적 개선을 노리던 조선업계는 조선용 후판 가격 상승분을 선가에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가는 수주당시 그대로 인데 조선용 후판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실적 악화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세계 철강 공급과잉이 심각해 철강업계의 가격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조선용 후판 가격은 올해 상반기 톤당 10만원 수준 인상된 것으로 파악된다. 업체마다 가격차이가 있어 조선용 후판의 정확한 가격대는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다만 유통용으로 쓰이는 일반재 후판 유통가격이 톤당 120만원을 돌파한 상황을 볼때 조선용 후판 가격도 톤당 100만원 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용 후판은 선박 원가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조선사들이 조선용 후판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같은 까닭에서다. 최근 수년동안 철강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에 따라 조선용 후판 가격은 동결 또는 하락세를 이어왔지만 올들어 '철강 슈퍼사이클'이 도래하며 가격인상을 해주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조선업계의 선박 수주가 회복되며 조선용 후판의 안정적 공급이 필요한 상황인데 글로벌 조선용 후판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후판 수요가 이렇게까지 회복될 줄 몰랐던 철강업계는 올해 후판 생산계획을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올해 1분기 후판 설비보수까지 진행했다. 또 중국이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후판 생산량을 줄이면서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됐다.
조선용 후판 공급이 부족하자 과거 2000년대 후반에 조선사들이 철강사에 후판공급을 애원하던 모습까지 재현되고 있다. 실제 조선사들은 철강업계에 조선용 후판의 안정적 공급을 요청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3사는 조선용 후판 수출량을 대폭 줄이며 국내 조선사향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조선용 후판을 받기 위해 조선사들은 철강업체들의 조선용 후판 가격인상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철강사들은 올해 하반기 조선용 후판 협상에서 톤당 10만원 가까이 인상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조선사들이 조선용 후판가격 상승분을 선가에 제대로 반영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선가는 수주 당시를 기본으로 한다. 이미 저가에 수주한 선박들을 현재 받은 조선용 후판으로 건조해야 하다보니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로 가고 있다.
오랜 불황의 여파로 선가의 회복세가 더디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판 가격인상으로 인한 타격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올해 1분기 영업적자 5068억원을 기록한 삼성중공업은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았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1분기 조선용 후판가격 인상으로 인한 충당금 추가적립 비용은 1190억원으로, 1분기 영업적자 규모의 약 5분의 1을 차지했다.
대우조선해양도 1분기에 21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후판 가격 상승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가도 상승세이긴 하지만 조선용 후판 가격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절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선박 수주가 훈풍이어도 조선용 후판 가격 급등으로 웃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