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성과주의 체계 구축...“실제 효과 보려면 조직 전체 공감과 이해 필요해”
‘사내 FA’ 등 임직원 역량향상 목적 제도 도입, 젊은층 사이에서 ‘긍정적’
삼성전자가 5년 만에 인사제도를 대폭 개편했다.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한 승격체계를 마련하고, 젊은 인재 양성·중용에 무게를 실어 경영진 세대 구성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두고 삼성이 향후 수십 년 미래를 내다보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M세대와 더불어 Z세대의 사회 진출도 늘어남에 따라 기술 및 트렌드 변화가 빠른 미래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정권을 가진 경영진 체계부터 재구성해야겠다고 판단했다는 견해다.
한 업계 인사팀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미래를 내다봤을 때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현재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 더 나아가 앞으로 회사 사업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을 도맡을 사람이다. 이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존재하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을 때 그 회사가 더 발전한다”라며, “삼성의 이번 인사제도 개편은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체계 추세에 확실하게 대응하는 조치이면서도 이러한 부분에서의 핵심을 찌른 시도로 평가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작 20대 사회초년생과 취준생들은 이번 삼성전자의 인사제도 개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기자 역시 20대로, 이들과 함께 삼성이 강조한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핵심 항목별로 짚어봤다.
젊은 경영진 구축 준비 위한 철저한 성과주의 체계 마련...“실제 효과 보려면 조직 전체 공감과 이해 필요해”
삼성은 먼저 나이와 학력에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하고 젊은 경영진을 일찌감치 육성하겠다는 이른바 ‘삼성형 Fast-Track’을 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인사직무 취업을 준비 중인 신모(27세)씨는 이를 두고 “삼성이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내부 기성세대 조성된 ‘꼰대 문화’를 타파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한 듯하다”라고 의견을 냈다. 그는 “그간 다른 기업들 사례의 경우 사내 꼰대 문화를 없애겠다고 해결책으로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게 소통 문화를 조성하겠다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부장급 임원들 주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젊은 직원들 입장에서는 또 보여주기식 개편이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었다”라며, “삼성이 이번 인사제도 개편에서 젊은 세대 입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들의 역량개발을 위해 단순한 문화 조성이 아닌, 제도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인사제도가 실질적으로 회사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젊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있어서 전체 조직원들의 공감과 협조가 기반을 둬야 할 것이며, 특히 십수년 이상의 근속자 중심으로 구성된 현 경영진의 이해와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삼성형 Fast-Track’는 철저한 성과주의 기반의 인사관리 체계를 다지겠다는 것이 주 골자다.
그 일환으로 직급별 표준체류기간을 폐지하는 대신 승격세션을 도입한다. 특정 직급으로 올라가면 다음 승진을 위해서는 어떤 성과를 내더라도 최소한 정해진 체류기간을 거쳐야 했는데 이를 깨끗이 없애고 승진 기본 조건을 오로지 성과와 전문성만 두겠다는 것이다.
임원직급 역시 부사장과 전무를 부사장으로 통합하는 등 단계를 축소하고 직급에 상관 업이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사내 인트라넷에 표기된 사번과 직급 정보도 삭제되며, 매년 3월 진행됐던 공식 승격자 발표도 폐지된다. 직급과 지위에 따라 눈치 보지 않고 젊은 직원들도 마음껏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사내 FA’ 등 임직원 역량향상 목적 제도 도입, 젊은층 사이에서 ‘긍정적’
삼성은 조직원들에게 다양한 경력개발 기회를 부여해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치며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겠는 방침을 내세웠다.
그 방침 중 하나가 ‘사내 FA(Free-Agent) 제도’다. 축구, 야구 등 스포츠에서는 선수와 팀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선수는 자유의 신분으로 다른 팀과 계약을 맺을 수 있는 FA 제도가 있는데, 삼성은 이를 회사 내 인사제도에 적용하기로 했다.
한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공식적으로 부여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직무 경험을 통해 역량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에서 2년차 재직 중인 김모(29세) 씨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김씨는 “꿈에 그리던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막상 와보니 직무가 자신과 맞지 않거나 몇 년 하다가 질려서 이직을 결심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종종 봐왔다”라며, “회사와 얘기해 부서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면 특히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호기심도 왕성한 MZ세대 직원들에게 좋은 선택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와 함께 국내 및 해외 법인의 젊은 우수인력을 선발해 일정 기간 상호 교환 근무를 진행하는 ‘STEP(Samsung Talent Exchange Program) 제도’를 신규 도입하기로 했다. 공기업 재직중인 유모(29세)씨는 이를 두고 “내가 회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 중 하나가 회사가 발전하는 동시에 나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가 넓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회사가 나서 직원들에게 다른 환경에서 좋은 경험을 시켜주겠다고 제안하는 것은 조직원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전체 조직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삼성은 직원평가제도를 엄격한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꾼다. 누가 더 잘했다가 아니라, 성과에 따라 누구나 상위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내린 조처다. 다만 고성과자의 공로를 인정하기 위해 10% 이내 최상위 평가는 유지한다.
임직원 간 소통도 인사 혁신을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숙제다. 삼성은 부서장과 업무 진행에 대해 상시 협의하는 ‘수시 피드백’을 도입하고, 부서장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기존 평가 프로세스를 보완하는 취지로 ‘피어(Peer)리뷰’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피어리뷰는 보통 학문 분야 내에서 논문을 평가받을 때 쓰는 방법이다.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에 대해 서술형으로(리뷰 코멘트 하듯이) 작성하는 방식이어서 일반 동료평가로 가중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제도 개편에 앞서 삼성은 임직원 온라인 대토론회 및 계층별 의견 청취 등을 진행했다”라며, “노사협의회·노동조합 및 각 조직의 부서장과 조직문화 담당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했으며, 이를 토대로 세부 운영방안을 수립했다”라고 전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