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1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20분간 모두 발언을 한 뒤 30여분간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눈에 확 띄는 내용은 없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출근 때마다 도어스테핑을 통해 현안 질의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은 민생경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관심사는 따로 있었다. 그 첫 번째가 이준석 문제였다. 여기에 대해 윤 대통령은 즉답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여러 지적을 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 집안싸움이 이어지면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의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께서 어떠한 정치적 발언하셨는지 제가 제대로 챙길 기회도 없다”면서 “저는 작년 선거운동 과정서부터 지금까지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 어떠한 논평이나 제 입장을 표시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달라”고 했다.
우선 윤 대통령이 최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행보를 모를 리 없다.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지금 이준석은 한창 독이 올라 있다. 그에게 금도를 얘기하는 것조차 공허하다. 그는 할 말, 안할 말을 가리지 않고 쏘아댄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금도라는 게 있어 왔다. 이를 무너뜨린 장본인이 바로 이준석이다. 이준석은 윤 대통령도 서슴 없이 공격하고 있다. 특히 여의도 문법에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준석보다 한참 선배인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의 얘기도 안 듣는다. 이들도 왜 선당후사를 강조하겠는가. 윤 대통령에게 설령 잘못이 있어도 대통령이 흔들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 이준석은 윤 대통령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악담도 사정 없이 한다. 이준석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잘못 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은 듯 하다. 대통령을 무릎 꿇리게 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오만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더는 이준석을 상대하지 말라. 이준석 같은 부류는 제 풀에 꺾일 때까지 놔 두는 게 상책이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준석을 무시하는 것과 같은 행동을 취한 것도 나쁘지 않다. 관심을 가져주면 더 기어오를 사람이어서 그렇다. 이는 내가 바라봐온 이준석의 모습이기도 하다. 국민들도 이준석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다. 이준석도 이미 ‘국민 밉상’으로 올라섰다. 예전 이준석다움은 찾아볼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오풍연 논설위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