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결국 무리수가 이준석에게 완승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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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결국 무리수가 이준석에게 완승을 안겼다
  • 오풍연 논설위원
  • 승인 2022.08.2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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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완전한 승리로 끝났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사실상 전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일단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며 이 전 대표의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비대위를 만들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았다. 비대위를 만들 수 있는 비상상황으로 볼 수 없다는 것. 이준석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랬다. 국민의힘은 스스로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위원들이 하나 둘 사퇴하면서 당을 비상상황으로 몰아갔다. 여기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의 갈등이 있었다.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 문자가 그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둘이 함께 갈 수는 없었다. 어떤 경위로 배현진 최고위원부터 사퇴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어느 정도 얘기가 됐을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이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물론 절차적인 문제는 모두 밟았다. 그런데 재판부는 절차적인 문제보다 비상상황으로 갈 상황이냐를 먼저 따졌다. 결과적으로 이준석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 셈이다.

재판부는 전국위원회 의결 중 비상대책위원장 결의 부분이 무효에 해당한다며 "전국위 의결로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이 도과되더라도(지나더라도)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전국위 의결이 ARS 방식으로 이뤄진 것 등은 위법하거나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고 봤으나,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둘 정도의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 조건을 규정한 당헌 96조 1항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국민의힘 측은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여기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정당 자율성의 범위를 벗어났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곧바로 법원에 이의신청을 하며 사실상 불복하는 입장을 밝혔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 직후 서면 논평을 내고 "서울남부지법의 가처분 인용 결정은 정당 내부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법률적 검토를 거쳐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남부지법의 결정이 나온지 3시간여 만에 즉각 이의신청을 제출했다.

사법부가 정당의 일을 판단하는 것도 불행한 일이다. 때문에 이겼다고 이긴 것도 아니고, 졌다고 진 것도 아니다.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하는데.

오풍연 논설위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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