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합병과 관련해 하림그룹과 산업은행(산은)·해양진흥공사(해진공)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협상이 2주 연장됐다. 이에 대해 박재호 의원(더불어민주자당)은 한진해운을 반면교사 삼아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협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박 의원은 HMM 인수합병 협상에 대해 "깊은 고민을 통해 국가 정책이 결정되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판단이 이뤄져야지, 사적 이익으로 귀결되는 매각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림과 산은·해진공은 자금 조달 계획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운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이 하림의 '주주 간 계약 5년 제한 요구'에 특히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과 해진공이 하림의 이 요구를 들어주면 주주 간 계약이 5년 뒤 자동 해제되고, HMM 현금배당 제한,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이 한순간에 무력화될 수 있다.

또 하림이 HMM을 인수하고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민(民)적 영향력을 행사할 때 주주의 견제가 사라지면, 자사주 소각으로 주당순이익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나 자사주를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게 매각이나 교환 형태로 해 대주주의 사실상 의결권을 확대하려는 시도도 가능해진다.

산은과 해진공은 이를 막으려고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및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림은 주주 간 계약을 5년으로 제한해 정부의 견제를 대폭 완화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HMM 관계자는 "하림이 인수전에 들어오기 전부터 모든 조건을 알고 들어왔는데,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니 산은과 해진공이 제시한 조건을 계속 바꿔달라고 한다"며 "현재 하림이 HMM의 유보금에 손을 대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니 매각자는 조건 변경은 안된다고 해 서로 대치하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도 국회에서 부산지역 의원들의 후원으로 HMM 매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 바 있다.

당시에는 매각 관련 깜깜이 협상과 하림의 무리한 인수자금 조달이 주요 이슈였다. 전재수 의원 등은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는 전 의원에 더해 박 의원도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하림의 무리한 요구가 있을 시 국가이익 차원에서 인수 절차를 다시 시작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국가 수출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해운의 중요성에 비춰보면 협상 기간이 정해졌다 하더라도 국익에 맞지 않으면 파행도 각오해야 한다. 

앞서 강석훈 산은 회장은 작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하림 측이 HMM의 현금을 빼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인수자의 사적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구속력 있는 협약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강석훈 회장의 말대로 하림이 적격 인수자인지 거듭 되짚어 볼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