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뼈 사골, 구수한 맛 더불어 영양에도 ‘만점'
떡국, 무병장수·풍년 빌어… 여전히 새해 첫날 떡국 먹는 전통 이어져
설날에 나이 한 살과 함께 먹는 우리나라 전통 음식 떡국. 설 음식 떡국을 떠올리면, 하얀 국물 속 비스듬히 썬 가래떡의 모습이 단박에 떠오르지만 사실 떡국은 재료별, 지역별로 종류와 맛이 매우 다양하다. 이번 설에는 취향에 맞는 재료를 넣고 만든 ‘맞춤 떡국’을 먹고 새해 첫 날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특히 떡국은 육수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국물의 맛과 향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녹색경제신문>은 9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설을 앞두고 발표한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육수 재료별 떡국의 맛'에 대해 소개한다.
닭고기로 만든 떡국, ’꿩 대신 닭'의 유래
요즘에는 소고기, 닭고기, 사골을 푹 고아 떡국 육수로 쓰고는 하지만,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는 떡국 육수에 주로 소고기와 꿩고기를 이용했다고 한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도 떡국에서 유래했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에는 떡국에 꿩 고기가 사용됐던 것을 얘기하는 구절이 나온다.
"떡국의 국물을 만드는 주재료로는 원래 꿩고기가 으뜸이었다. 고려 후기에 원나라의 풍속에서 배워온 매사냥이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놀이로 자리를 잡으면서 매가 물어온 꿩으로 국물을 만든 떡국이나 만둣국 그리고 꿩고기를 속으로 넣은 만두가 고급 음식으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특별하게 매사냥을 하지 않으면 꿩고기를 구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일반인들은 닭고기로 떡국의 국물을 내기도 했다."
과거에 매 사냥을 통해 잡은 꿩을 가지고 만든 떡국이 귀족 사이에서 고급 음식으로 유행을 했는데, 매사냥을 할 수 없었던 일반인들은 닭으로 꿩 요리를 흉내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라도에서는 요즘에도 닭을 이용해 끓인 ‘닭장떡국'을 설음식으로 먹는다. '닭장떡국'을 먹으면 닭고기로 끓인 떡국 육수에서 감칠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원료별 육수 맛 성분을 비교했을 때, 닭고기 육수에서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일인산염(IMP)함량이 멸치, 사골 육수보다 높게 나타났다.
"닭고기로 육수를 낼 때는 영계보다는 살이 더 많고 뼈, 연골, 피부 등이 더 발달한 성계를 권한다"고 농촌진흥청은 전했다.
소뼈를 고아 우려낸 사골 육수
사골 육수는 닭고기에 비해 감칠맛 성분 함량은 낮지만, 구수한 맛이 나기 때문에 은근한 고기 육수 맛을 음미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게다가 사골 육수에는 콜라겐, 콘드로이친황산 등이 함유되어 있어 영양 공급이 필요한 여성이나 성장기 어린이, 노약자들에게 더욱 좋다.
사골은 절단면에 붉은색 얼룩이 선명하고 연골 부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을 고르면 좋다. 가격이 저렴한 잡뼈를 함께 넣어 끓이면 사골 국물이 더욱 뽀얘진다. 다만, 너무 오래 끓일 경우 오히려 국물 맛이 떨어지고 영양 성분도 파괴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소고기로 만든 가장 익숙한 떡국
소고기로 푹 끓여 육수를 낸 떡국은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떡국이다.
특히 육수를 낸 소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 떡국 고명으로 얹어 먹기도 좋으니 가히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소고기로 육수를 낼 때는 양지와 사태 부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지방기가 있는 부위보다 육질이 단단하고 결이 고우며, 오랜 시간 끓이게 되면 고기가 연해지면서 쫀득한 식감까지 느낄 수 있다.
대신, 너무 살코기가 있는 고기보다는 근막 같은 조직이 섞인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근막은 질기지만 오래 끓이면 감칠맛을 더하고 고기 특유의 깊은 맛을 내게 된다.
떡국에 담긴 의미… 새해를 기리는 힘차고 따뜻한 한 그릇
새해 첫날 아침에 먹는 떡국은 예로부터 무병장수와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였다.
새해 첫날인 만큼 맑고 청결한 하루를 보내도록 흰 가래떡으로 음식을 만들고, 장수를 기원하며 가래떡을 길고 가느다란 형태로 뽑아냈다.
또 겨우내 허약해진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다양한 재료로 육수를 낸 영양가 만점의 음식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며 떡국의 재료나 모양이 다양해진 만큼 사람들의 입맛과 취향, 그리고 생각도 제각기로 변해왔다. 그럼에도 조상들이 한 해의 시작이 힘차고 건강하기를 빌며 먹었던 ‘새해 아침의 떡국 한그릇'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의 떡국이 각자의 재료로 취향은 살리되, 떡국에 담긴 따뜻한 온기는 그대로 간직한 '맞춤떡국' 한 그릇이 되길 기원해본다.
문슬예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