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일대로 고여버린 가구업계의 '담합'... 사과·개선 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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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대로 고여버린 가구업계의 '담합'... 사과·개선 의지는?
  • 문슬예 기자
  • 승인 2024.04.11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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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업계 담합 행위 적발... 공정위, 31개 업체에 931억 과징금 부과
사과 표명 업체는 사모펀드로 경영권 넘어간 '한샘' 뿐
공정위, "업체들, 의결서 받고 행동 방향 결정할 것"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가구업체들의 담합 행위를 적발하고 총 93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담합 행위가 아파트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며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작 적발된 가구업체들 대부분은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사과뿐만 아니라, 아직 이렇다 할 입장조차 내고 있지 않다. 

공정위는 가구업체들이 의결서를 받아 본 이후 행동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가구업체들의 '빌트인 특판가구 입찰담합'을 적발하고 총 93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사진=한샘]
공정위가 가구업체들의 '빌트인 특판가구 입찰담합'을 적발하고 총 93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사진=한샘]

10년간의 담합 드러났는데... 입 닫은 가구업체들


1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가구업계의 고질적인 담합 행태가 드러난 가운데, 사과·개선 의지가 미진한 것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7일 공정위는 31개의 가구 제조·판매 업체들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31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가구업체들이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총 738건의 빌트인 특판가구 구매입찰과 관련해 담합 행위를 저지른 것이 드러난 것이다. 

해당 사건에는 국내 상위권에 속하는 가구업체 대부분이 관여돼 있었지만, 아직 사과나 반성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업체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담합 행태를 적발한 △현대리바트, △한샘, △한샘넥서스, △에넥스, △넵스, △넥시스디자인그룹, △케이씨씨글라스, △현대엘앤씨, △선앤엘인테리어, △리버스, △우아미, △꿈그린, △위다스, △대주, △파블로, △내외, △베스띠아, △매트프라자, △비앤드케이, △에몬스가구, △에스에프훼미리, △제노라인, △에넥스잠실특판, △동명아트, △한샘특판부산경남대리점, △스페이스맥스, △제스디자인, △라비채, △보루네오특판사업, △한특퍼니쳐, △세한프레시젼 31개 업체 중 공식 사과문을 낸 업체는 한샘 한 곳뿐이었다. 

한샘은 지난 7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윤리경영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구시대적인 담합 구태를 철폐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정위 과징금에 관한 내용을 공시한 업체도 한샘, 에넥스 두 곳뿐이다. 두 업체는 '벌금등의부과' 보고서를 통해 공정위로부터 각각 211억5000만원, 173억9600만원을 부과 받았다고 공시했다. 특히 한샘은 자회사인 한샘넥서스에도 41억16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예정이라는 사실도 함께 공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샘의 공식 사과가 한샘이 처한 특수한 상황 때문에 가능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한샘의 담합 행태는 대부분 과거 최대주주인 조창걸 전 명예회장 체제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현재 한샘의 대주주는 사모펀드 운용사 IMM PE로, 한샘 경영권을 지난 2022년 1월에 인수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샘의 가구담합 행태는 지난 2012년에서 2022년 사이에 이뤄져, 현 경영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한샘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과정이 비교적 쉬웠다는 것이다. 

한편, 경영권 매수 결정 전 기업에 대한 세밀한 조사가 이뤄지는 만큼, IMM PE가 한샘의 담합 행태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업체들, 의결서 받아보고 행동 결정할 것"


공정위는 가구업체들이 의결서를 받은 이후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11일 <녹색경제신문>에 "대부분의 가구업계가 의결서를 받은 이후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의결서 내용을 검토하고 대응 방안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친 후에야 가구업계의 반응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배경은 건설경기의 활성화로 중소 가구업체들의 난입을 막기 위한 대형 가구업체들의 담합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위축돼 있던 건설경기가 지난 2011년 이후 활성화되면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증가했고, 중소 업체가 특판가구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기존 특판가구 시장을 구성하던 대형 가구업체들 사이에서 출혈경쟁을 피하고자 하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가구업계가 고질적인 담합이 '관행'이라는 인식하에 오래 지속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11일 <녹색경제신문>에 "담합에 관여한 사업자들은 해당 행태를 법 위반이라는 인식 없이 관행을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제비뽑기 등으로 낙찰 순서가 정해지기도 했지만, 큰 업체들은 낙찰을 많이 받은 반면 들러리만 섰던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문슬예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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