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니케이 등 주가 지수 폭락 거듭
우리은행 "배리어 낮게 설정해 투자자들 보호하고 있어"
"판매 중단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아"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를 잘 방어한 우리은행이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아직 ELS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나스닥을 비롯한 세계 주가지수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어 제2의 홍콩 ELS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우리은행 측은 배리어(원금 손실 발생 기준)가 낮은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어 아직까진 위험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이 유일하게 아직까지 ELS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작년 말 은행권은 홍콩 ELS 손실이 급격히 불어나자 모든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현재 일본 니케이225, 미국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유로스톡스50, 코스피 200 등 지수를 기초로 한 ELS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홍콩 ELS 손실을 잘 방어했던 터라 의문스러운 행보다. 2022년 12월 홍콩H지수발 위기를 감지한 우리은행은 선제적으로 홍콩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에 큰 화를 면한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75억원 어치의 충당부채를 쌓는 데 그쳤다. KB국민은행이 같은 기간 8620억원을 적립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ELS 판매를 중지하지 않았기에 우리은행의 신탁수수료 수익은 크게 증가했다. 우리은행이 상반기 거둬들인 신탁수수료는 825억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746억원 대비 10.6%(79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신탁수수료 수익은 3924억원에서 3586억원으로 오히려 8.6%(338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은행의 전략에 최근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스닥을 비롯한 세계 주가 지수가 최근 고점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나스닥은 7월 11일 장중 역사적 신고가인 18671.07을 찍은 뒤 이달 2일 장중 16582.79까지 하락했다. 고점 대비 12% 이상 떨어진 것이다. 일본의 니케이 지수 또한 7월 11일 42426.77이라는 신고가를 기록하고 나서 무려 20% 가까이 급락했다. 코스피 역시 전일 대비 6% 이상 하락해 이날 장중 2500선이 붕괴됐다.
만약에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3년 뒤 홍콩 ELS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나온다. 세계 주가가 반등한면 손실 사태를 피할 수 있으나 중동발 전쟁 위기 등 악재가 산적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은행 측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소비자들의 손실 위험을 크게 줄이고자 만기 배리어를 낮춘 상품을 중심으로 ELS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주력 상품의 만기 시 배리어를 55%로 설정해놨다. 은행권 평균인 65%보다 10%포인트(p) 낮은 수치다. 즉, 가입시점 대비 55% 이상 주가가 빠지지 않는다면 원금 손실을 입지 않고 돈을 돌려받게 된다.
가령, 니케이지수가 제일 고점이었던 42426.77때 상품을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지수가 23334까지 내려와도 원금을 보장받는다.
향후 ELS 판매를 중지할 것이냐는 물음에 우리은행은 아직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타 은행 대비 낮은 배리어를 설정해 ELS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위한 조치를 해뒀다"며 "3년 뒤 손실을 보는 투자자가 있을 순 있으나 홍콩 ELS 사태처럼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수 흐름을 내부적으로 계속 파악하고 있지만 현재 ELS 판매 중단에 대해 검토하고 있진 않다"며 "상황이 급변한다면 내부 검토한 뒤 관련 보도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ELS는 결국 주식보단 아니지만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투자 상품이기에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에게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러나 주가 하락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은행도 큰 손실을 피하고자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