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원~65만 원으로 비싸지만 “구경만 해 아쉬워”
국가 미래 산업… 대학 교육부터 세심하게 재정비해야
[녹색경제신문 = 이선행 기자] 반도체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A씨는 최근 한 사설 업체에서 운영하는 반도체 공정 체험 프로그램(이하 공정 체험)에 등록했다. A씨가 들인 비용은 자그마치 60만 원. A씨는 “취업준비생에게 너무나도 큰 비용이지만 자기소개서에 쓸 ‘한 줄’이 필요해 큰맘 먹고 프로그램에 신청했다”고 말했다.
‘지원한 직무와 관련해 본인이 갖고 있는 경험·전문지식을 서술하시오‘, ’지원 분야와 관련해 특정 영역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경험에 대해 작성하시오‘. A씨가 공정 체험을 통해 완성하고자 하는 자기소개서 항목이다.
국내 유명 반도체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B씨는 “공정설계, 공정기술 직무에 합격한 동기들 여럿의 주요 스펙이 공정 체험 경험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설 업체에서는 이 문항들을 내세워 공정 체험을 홍보하기도 한다. 단순 8대 공정뿐 아니라 반도체 데이터 분석, 반도체 패턴 AI 분석, 장비별 실습 프로그램도 있다.
기계공학, 화학공학 등 유사 학과 졸업생들이 주로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반도체학과 졸업생들도 찾는다. ‘공정 체험 두 번 경험은 기본’인 지원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공정 체험을 경험한 C씨는 “기계공학 전공이어서 이러한 실습 경험 자체가 스펙”이라며 “반도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는데 관련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공정 과정 전체를 눈으로 볼 수 있었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출신 엔지니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싼 실습 비용에 비해 얻어가는 것이 적다는 의견도 나왔다. 프로그램 전반에 만족한 C씨도 “인원이 너무 많고, 실습을 구경하는 것에 그쳐 아쉽다”고 전했다.
국내 한 유명 대학에서 운영하는 반도체 공정 체험 실습 프로그램은 신청한 인원이 너무 많아 추첨을 통해 공정 체험 참가 학생을 모집한다.
반도체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D씨는 “교육 횟수가 너무나 적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경쟁률이 너무 세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가 산업’인 반도체의 미래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반도체학과 졸업생들은 물론, 유사 학과 졸업생들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학계 관계자 E씨는 “구축하는 데 수억 원이 드는 클린룸을 구축한 국내 대학들을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라며 “클린룸 구축에 이어, 반도체 분야 취업에 관심이 있는 유사 학과 재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과 신설에만 관심이 쏠려 기존 반도체학과에 대한 투자도 절실한 상황이다.
학계 관계자 F씨는 “기존학과와 신규학과 모두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시설 투자 등에 많은 예산이 필요한 상항이지만 예산이 분배되다보니 반도체 장비를 이용한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 교육인력 확보 없이 우후죽순으로 반도체 관련 학과 만들어져 양질의 반도체 교육 역시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선행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