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부실시공] 주우정發 '1500명 감축안' 참사 씨앗됐나①
상태바
[현대엔지니어링 부실시공] 주우정發 '1500명 감축안' 참사 씨앗됐나①
  •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 승인 2025.02.27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취임 직후 발 빠른 구조조정 내부적 천명
숙련공 등 현장 인력 급감, 리스크 키웠다는 분석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 기자] 이번 현대엔지니어링의 서울세종고속도로 구간 교각 붕괴 사고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주우정 대표의 대규모 인력 감축안이 씨앗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취임 3개월 남짓한 상황이라 '감축안→안성 참사' 식의 논리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현장 계약직 등 인력구조를 빠르게 슬림화하는 방식의 인력감축안이 현장 리스크를 키웠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27일 건설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주 대표는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중장기적으로 약 1500명 수준의 인력감축안을 내부적으로 제시하면서 구조조정에 힘을 쏟았다. 주 대표는 현대차그룹 재무통 출신으로 현대정공에 입사, 기아차 재무실장-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현대엔지니어링 신임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기아차 창사 이래 최고 실적 달성에 기여한 인물이다. 원가절감의 전문가로 불린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정에 밝은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 대표 취임 이후 1500명 가량의 인력을 중장기적으로 줄여나간다는 뜻을 밝힌 걸로 안다"면서 "이에 따라 당장 현장 계약직 인력을 공정이 줄어가는 상황에 맞춰 연장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구조를 슬림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사 정규직보다 조정이 용이한 계약직부터 칼을 대겠다는 의도다. 

통상 건설 현장직군은 본사에서 파견되는 본사 정규직 인력과 프로젝트별로 채용되는 프로젝트전문직(PJT), 현채직이라고 불리는 현장채용계약직이 있다. 특히 준 정규직 대우를 받는 PJT의 경우 프로젝트 매니징 경험을 쌓고,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타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업황 등에 따라 연장계약을 맺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을 감축해 나가고 있다. 

숙련공들이 많은 국내 현채직의 경우도 노령화에 따라 외주 시공사(협력업체)가 고용하는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안성 고속도로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 4명 중 2명은 중국인 노동자로, 외주 협력업체에서 고용한 인력이다. 

실제 국내 굴지의 건설사 현대건설 등 프로젝트전문직으로 다수의 안전관리 프로젝트를 수행한 한 PJT 인력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일종의 본사 구조조정 차원으로 PJT 인력에 대해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을 감축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해당 PJT 인력은 지난해 하반기 계약이 만료된 이후 현재까지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 

주 대표의 감축안은 일종의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은 전임 홍현성 대표의 공격적 수주에 힘입어 매출액 14조800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13% 가량 성장했지만 영업손실 1조2401억원을 기록하면서 모회사 현대건설의 연결 실적에도 악영향을 줬다.

인도네시아 발리파판 원유 정제설비 플랜트 프로젝트, 사우디 자푸라 초대형 가스플랜트 프로젝트 등 대규모 사업장에서 예정원가율이 상승하면서 이를 비용으로 대거 반영한 탓이다. 여기에 국내 주택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이 위축, 신규 수주 물량 자체가 줄어들자 국내 프로젝트 인력을 대거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구조를 손보고 있다. 

정작 비대해진 정규직군은 건재하다. 대표적인 조직이 각 사업부문별 '변화관리팀' 조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부터 품질경영을 내세우면서 각 사업부문 별로 건축변화관리팀, 자산변화관리팀 식의 별도조직을 신설했다. 대기업집단으로서 ESG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채용도 증가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 반기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전체 직원 수는 7554명으로 3년 전인 2020년 말 6138명 대비 약 20% 넘게 증가했다. 물론 이 안에는 기간제근로자(계약직)의 비중도 녹아 있다. 정규직은 2024년 반기 4885명으로, 3년 전(4325명)에 비해 13% 가량 늘었다. 간접고용 형태로 채용하는 소속외 근로자는 2020년 말 1만7454명에서 2023년 말 2만3924명으로 크게 늘렸다. 지난해 반기 보고서에는 아예 소속외 근로자 수를 명기하지 않았다. 

해외 대단위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마른 수건을 쥐어짜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주우정 표 구조조정이 가속화된 배경이다. 해외 현장 직군 회사 관계자는 "본사로 발령이 나면 대기발령 조치라는 게 요새 현장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규직 직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이런 추세는 비단 현대엔지니어링 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시공능력 상위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 플랜트 수주가 많이 줄어들고 국내 건설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건설사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인력감축"이라면서 "신입 공채 역시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점진적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현장 프로젝트 관리 인력이나 숙련공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상황이라면 중장기적으로 이와 같은 리스크(안성 고속도로 사고)는 항상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감축설은 이전에도 회자된 적 있지만 사실로 확인된 바가 없다. 저는 모르는 일"이라면서 "프로젝트 계약직은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계약에 따라 역시 고용이 종료되기 때문에 (추가 프로젝트가 없는 현재로서는) 감축이 아니라 계약만료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원유 정제설비 플랜트 현장(출처=현대엔지니어링 홈페이지)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원유 정제설비 플랜트 현장(출처=현대엔지니어링 홈페이지)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