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전략 분석] 부동산 펀드 대란 속 최창훈 미래에셋운용 부회장 '선제적 매각' 용단①
상태바
[CEO 전략 분석] 부동산 펀드 대란 속 최창훈 미래에셋운용 부회장 '선제적 매각' 용단①
  •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 승인 2025.03.07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지스, 한투에셋 펀드 전액 손실 투자자 혼란 가중
2023년 미국맵스9-2호 선제 매각해 손실 최소화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가 투자한 미국 텍사스(Texas) 댈러스(Dallas)에 위치한 시티라인(Cityline) 내 오피스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가 투자한 미국 텍사스(Texas) 댈러스(Dallas)에 위치한 시티라인(Cityline) 내 오피스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 기자] '적우침주(積羽沈舟)' 새의 깃털일지라도 계속 쌓이면 결국 배를 가라앉게 만든다는 고사성어다. 리더가 위기의 징후를 읽지 못하고, 직진 일변도를 택하면 종국에는 모두가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격언에서 비롯된 말이다. 위기 국면에서의 결단은 활로를 만들기도 하고, 자충수를 만들기도 한다. 편집자주.

글로벌 부동산 공모펀드 시장에 '곡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2023년 선제적으로 운용 펀드를 매각해 손실을 상대적으로 최소화한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운용)의 케이스가 시장에서 재평가되고 있다.

엑시트 대신 만기연장을 택한 다수의 펀드들이 최근 전액 손실에 가까운 원금 회수율을 기록하면서 지탄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100%(이익분배금 포함)에 가까운 회수율을 기록하며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만기연장 등 반론이 존재했지만, 위기 심화의 징후를 읽고 선제적 매각 결단을 내린 것이 손해를 최소화했다는 이야기다. 의사결정 과정 책임자 중 한명이 최창훈 부회장(대표이사)이다.

버티기vs매각 기로 속 선제 극약처방

6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매각 또는 도산절차를 밟고 있는 일부 부동산 공모펀드의 손실률이 심화된 가운데 증권사, 은행 등과 연계 판매했던 일부 펀드 상품에 대해 투자자들과 배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 당국 역시 판매사의 공모펀드 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소지의 유무를 조사하고 있다. 공모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원금 손실액이 커지면서 민원이 빗발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2016년부터 글로벌 부동산 경기의 업사이클을 타고 잇따라 설정된 펀드들이 팬데믹 재택근무 확대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공실률 확대), 고금리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투자원금 회수가 요원해진 상황이다. 특히 펀드 만기연장을 위해 리파이낸싱(대환대출)을 택한 펀드들은 강제 매각 절차를 밟는 등 투자자 손실 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올해 초 이지스자산운용의 해외 부동산 펀드(이지스글로벌브동산투자신탁229호, 트리아논펀드)가 독일에서 도산 절차를 밟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올 초 공시를 통해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SPC(특수목적법인) 'GaG'에 대한 도산절차를 개시, 공정가치를 평가해 펀드 기준가격에 반영한 결과 펀드 기준가를 0.01원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수취 배당금을 제외하고 사실상 투자원금 전액이 손실이 났다는 의미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한투리얼에셋)의 사정도 비슷하다. 벨기에 브뤼셀 오피스에 투자한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 2호 펀드' 역시 올 초 선순위 대주단으로부터 만기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따른 강제 처분을 통보 받으면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펀드는 사실상 전액 손실이 났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가 도래하면 오피스 부동산 업황이 개선되리라는 심리가 만기연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경기 불황에 따른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환율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최초 매입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 길이 막힌 상황인데, 선제적 자산 매각을 택한 펀드는 상대적으로 낮은 손실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선제 대응의 대표적인 사례론 2023년 매각을 결정한 미래에셋운용의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미국맵스9-2호)'가 꼽힌다. 미국맵스9-2호는 2016년 미국 부동산 투자 목적으로 설정된 국내 최초의 공모펀드다. 당시 펀드 설정액 총 8억9200만 달러(자기자본 3억4000만 달러, 대출 4억5200만 달러)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리차드슨 복합단지 오피스 4개 동과 부속 건물에 투자했다. 북미 최대 보험사 스테이트팜(State Farm)이 2037년까지 장기 임차 계약을 맺으면서 초우량 자산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팬데믹이 심화, 오피스 출근율이 30%까지 떨어지는 등 자산가치 하락의 리스크가 가시화되자 미래에셋운용 내부에서는 리파이낸싱 대신 자산 매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시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선순위 대주들이 요구하는 기존 대출 담보비율(LTV)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출자를 통해 기존 대출의 일부 상환이 필요한데, 공모펀드 특성 상 추가 출자 실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익분배 포함 시 100% 근접 회수 '선방'  

결과적으로 미래에셋운용은 2023년 10월 미국 기관투자자와 매매계약을 체결, 5억8000만 달러에 보유 자산을 매각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장기 임차인(스테이트팜)의 존재를 들어 금리 인하기와 부동산 업사이클 시기까지 만기연장을 하자는 주장도 나왔으나 자산가치의 추가적 하락을 대비해 매각을 택했다는 후문이다. 

미래에셋운용에 따르면 총 회수율(최초 투자자 기준)은 환율 1300~1400원 가정 시 기지급 완료된 이익분배금을 포함해 약 97~100% 수준이다. 총 회수율이란 펀드 운용 기간 중 기지급된 이익분배금을 포함해 각종 예상 매각부대비용, 세금, 펀드 비용 등을 차감한 후 투자자 납입금액 대비 비율이다. 임대료 수익, 배당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초기 투자자들은 원금을 회수했다는 의미다. 이익분배금 등을 제외한 원금 회수율은 46~50% 수준이다. 

다만, 매수 시점에 따라 투자자들의 손실률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구조상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래에셋운용의 자산 매각에 대한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신탁 계약상 운용사의 자산 매각 의사 결정은 수익자 총회 결의사항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맵스미국9-2펀드의 자산 매각은 소재지의 시장 및 임차인 현황, 리파이낸싱의 타당성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현재 운용하고 있는 다른 대체투자 펀드들 역시 향후 시장 상황에 맞는 의사결정을 통해 수익자들의 투자 회수율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창훈 미래에셋운용 부회장. 출처=미래에셋운용
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부회장. 출처=미래에셋자산운용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