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은행장 함영주)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소장 배현기)가 향후 2~3년 사이 자동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조선, 석유화학 등 중국을 진원지로 한 새로운 불황기 점화를 13일 예견했다.
이날 연구소는 ‘2018년 산업 전망’을 발표하고, 중국 경쟁력 상승에 따른 산업별 리스크 시점을 예상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산업 전망을 발표하면서 최근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급상승함에 따라 조만간 시장의 불황기가 시작되고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우려가 있는 산업을 시기별로 전망했다.
우선 연구소는 올해 자동차를 시작으로 내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포함한 디스플레이, 2020년 반도체, 석유화학, 조선 등 국내 주력 산업 대부분이 연쇄적으로 중국발(發) 불황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주완 연구위원은 “국내 LED, 철강, LCD(액정표시장치), 휴대폰, 이차전지 등은 이미 중국의 경쟁력 강화로 장기불황에 빠졌으며, 앞으로 자동차, OLED, 반도체, 석유화학, 조선 등도 이들 산업과 유사한 처지에 놓이게 될 우려가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과거 중국의 위협은 양적 확장에 따른 공급과잉 유발이 대부분이었으나, 앞으로 중국의 위협은 양적, 질적 성장을 포함하고 있어 이전보다 리스크의 질이 더욱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 내년 하반기 중국 기업들의 LCD, OLED, NAND, DRAM 공장들이 순차적으로 완공 예정이다.
이 연구원은 “현재 건설 중인 중국 LCD 공장이 모두 완공되면 증설 물량이 LG디스플레이 총생산능력의 50%에 해당하고, 내년에 완공되는 중국 반도체 공장의 생산능력은 삼성전자 총생산능력의 20%에 달한다”고 우려했다.
연구소는 올해 한국 경제를 이끈 수출과 설비투자 역시 내년에는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진단했다.
이밖에 연구소는 IT(정보기술), 자동차, 철강, 조선, 건설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력 10대 산업의 중장기 경기 사이클을 예측하고 이들 산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중 평균해 종합 경기 사이클을 전망했다.
계절효과에 따른 단기적인 파동을 제거하고 중장기 추세를 그러보면 10대 주력산업의 종합 경기 사이클은 올해 1분기,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으로 구성된 IT산업 경기 사이클은 올해 4분기를 정점으로 하향 추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이주완 연구위원은 내다봤다.
다만,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철강, 비철금속, 조선, 해운, 의류 등 5개 업종에 대해 현재보다 내년의 경기가 더 좋을 것으로 예상해 경기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으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3개 업종은 경기 전망을 1~2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김유진 수석연구원은 “올해 금속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내년에도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철강, 비철금속(제련 부문) 업체들의 실적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마지황 수석연구원은 “올해 신조선가가 소폭 상승했으나 내년에도 지속적인 상승세가 기대되고 있으며 벌크, 탱커, 컨테이너 등 해상 물동량 증가율이 선복량 증가율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전망을 상향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완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반도체 호황은 이어지겠지만 미래 방향성과 성장률 등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전망치를 한 단계 내리는 게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정수남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