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알려진 것처럼, 고대 이집트나 인더스와 같은 세계 4대 문명은 강을 끼고 발달했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흥망도 한강과 같은 물줄기를 끼고 이뤄졌다. 물은 그렇게 인류문화의 흐름과 함께 하며 생명줄 역할을 했다.
그러나 너무 익숙하고 친근하기에 그 소중함을 잊었던 탓인지, 산업화 이후 인류는 물을 생존의 동반자로서가 아닌 이용의 대상으로만 보곤 했다. 인간도 육체적 노동과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있듯이 흐르는 물에도 자정능력이란 것이 있다. 무분별한 사용은 물이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초과하는 오염물질의 유입으로 이어지며 강과 하천을 병들게 했다.
그 결과, 언제부터인가 가뭄, 홍수, 수질오염 등 물문제가 인류의 존망을 좌우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기후가 변화하면서 물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고 식량안보와도 직결되면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자연을 배려하지 않았던 우리의 실책이 고스란히 우리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물문제, 분명 위기다. 그러나 우리한자 성어에는 ‘궁즉통(窮卽通)’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려움이 닥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물문제에 있어 우리 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해답은 기후변화를 완화시키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 그리고 물산업이다.
전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기후변화협약, 브라질 리우 세계 정상회담과 그로부터 20년 후인 올해 Rio+20에서 다시 기후변화를 핵심의제로 다루며 기후변화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와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녹색성장기본법, 온실가스 배출거래에 관한 법률 제정 등 지구촌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특히, 물환경 개선은 일차적인 환경문제 해결을 넘어 ‘블루골드’라 불리는 물산업의 경쟁력 확보라는 2차적 성과까지 거둘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물산업은 세계 시장규모가 5천억 달러에 달하는 반도체, 조선 시장보다 2배 이상 큰 시장이다. 2025년에는 OECD 회원국과 BRICs에서만 연간 1조 달러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는 베올리아, 수에즈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과 함께 물산업 강국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 두 기업에서만 전세계 3억명에 가까운 사람에게 물을 공급하고, 연간 매출액도 30조원을 상회하고 있어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노하우를 자원으로 잘 활용한다면 우리나라가 이처럼 세계 속의 물산업 강국으로 우뚝 서는 것도 꿈같은 얘기가 아니다. 우리는 그간 급속한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다양한 물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며 풍부한 경험을 축적해왔다.
수자원 관리 및 수처리 기술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해외진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우리나라도 물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 키울 수 있다. 자연에도, 우리 경제에도 생명의 물줄기를 다시 흐르게 할 수 있다.
16일부터 21일까지 부산에 세계적인 물전문가와 석학 7000여명이 금세기 지구촌의 최대 화두인 물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모인다. 물 관련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비즈니스 학술대회인 IWA(International Water Association) 세계물회의다.
이번 IWA 세계물회의에서는 ‘Pioneering Global Water Solution’라는 슬로건처럼 세계 물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될 예정이다. 이번 회의가 우리의 기업들이 세계 유수의 물기업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기업 마케팅을 통해 해외진출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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