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충격적인 실적 전망 하향은 중국 시장만 탓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왔다.
중국 경쟁업체들이 탁월한 성능의 휴대전화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을 때 애플의 위기의식과 혁신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은 삼성전자를 벤치마킹하라"고 조언했다. 중국내 절대강자였던 삼성이 불과 5년새 시장점유율이 1%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점유율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신흥시장 개척을 통해 이를 만회했다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홍콩 소재 투자분석업체 CLSA의 니콜라스 배럿, 체리 마 애널리스트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팀 쿡은 둔화한 중국 경제와 무역 갈등을 탓하고 있지만, 아이폰의 평균판매단가 상승이 애플에 드리운 최대 난제"라고 밝혔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서민에서 “주요 신흥 시장에서의 어느 정도 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중국 등 중화권 지역의 경기 둔화 속도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아이폰, 맥, 아이패드 등의 매출 감소는 대부분 중화권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런 쿡 CEO의 설명에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무역전쟁이 한창인 만큼 중국에서의 판매 둔화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것만을 탓하기에는 애플이 그동안 너무 방심했었다는 지적이다.
SVA프럼브 파이낸셜의 톰 프럼브 회장은 “쿡 CEO가 애플의 지금을 뛰어넘는 기회를 만들었다고 볼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애플은 오랜 시간 가장 뛰어난 능력은 최고급 기기에 높은 가격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했다.
IHS마킷의 모바일 분석가 웨인 램은 “중국 기업들이 탁월한 성능의 스마트 기기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음에도 애플은 이에 대한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애플은 항상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팔아왔다는 자신감으로 시장을 잘못 읽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삼성전자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면서 “삼성은 중저가 전략을 앞세워 인도 등 다른 신흥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5년 전 삼성의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20%에 달했다. 그러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로 한중관계가 급랭하고 중국 업체의 중저가 스마트폰이 범람하면서 점유율이 급락한 바 있다.
4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홍콩 소재 투자분석업체 CLSA의 니콜라스 배럿, 체리 마 애널리스트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아이폰 평균판매단가가 852달러(약 95만7천 원)로 1년 전보다 적어도 7% 이상 상승했다"며 "이는 아이폰 판매 총량의 20%를 떨어트리는 효과를 몰고 왔다"고 진단했다. 물량으로는 6천200만 대 이상이다.
CLSA는 "아이폰의 평균판매단가 상승이 애플에 드리운 최대 난제"라면서 "놀랄만한 스펙(제원·기능)을 보여주지도 않고 점증하는 경쟁 속에 단가만 올린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애플의 실적 하향 위기론이 일면서 주가는 최근 폭락 중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거래소(NYMEX) 나스닥시장에서 애플은 전 거래일 대비 9.96% 내린 142.1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최고 몸값을 자랑하던 애플의 시가총액 순위는 4위로 고꾸라졌다. 작년 10월3일 고점 대비로는 40% 가까이 급락했다. 4일 4% 가까이 반등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낙폭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애플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 2019 회계연도 1분기(2018년 10월~12월) 실적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영향이 크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지난해 12월29일로 끝난 1분기(작년 10~12월) 매출이 약 84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이 이전에 제시했던 분기 매출은 890억~930억달러 사이였다. 증시정보업체 팩트셋이 전문가들을 상대로 집계한 전망치는 910억달러 이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예상치를 모두 밑도는 매출액 전망치였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