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ILO 협약 비준 경사노위 공익위원안 인정 못해" 반발...노동계 입장에 경도된 결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논의해온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이 15일 권고안을 내놓자 경영계가 일제히 강력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오늘(15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논의 결과에 대해 "경영계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실체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총은 "지난해 7월 시작된 개선위원회 논의는 노사 간 입장을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다루지 못했다"며 "당초 '노동계 요구사항(1단계) → 경영계 요구사항(2단계) → 1, 2단계 요구사항에 대한 병합 논의(3단계)'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의견이 모아졌으나, 2단계에서 경영계 요구사항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편향적, 파행적으로 운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개선위원회의 논의 결과도 노동계의 입장에 경도되는 결과를 자초했다는 것.
경총은 "1단계 논의에 따른 소위 '공익위원 합의안'은 경사노위 차원에서 노사 간 합의된 안도 아니다"라면서 "1단계와 2단계 논의가 패키지로 연계된 점을 감안할 때 2단계에서 경영계 요구사항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1단계에서의 합의안도 실질적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총은 "정부 추천 공익위원들이 친(親)노동계 성향 인사들로 구성된 개선위원회는 기본적으로 노사 간 이슈를 균형되게 다룰 수 있는 구조가 되지 못했다"며 "이번 개선위원회 위원장과 공익위원 간사가 기자회견(3월 18일)을 통해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처벌규정 삭제는 국제노동기준이나 헌법에 위반되고 무리한 요구라고 공개적으로 폄하하며 의도적으로 축소‧무력화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대체근로는 근로자의 헌법상 노동권과 사용자의 영업의 자유, 재산권 등 국민적 권리에 대한 균형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이며, ILO 핵심협약을 비준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우리나라처럼 대체근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부당노동행위 제도는 별도의 행정적 구제수단이 있음에도 일련의 집단적 노사관계 형성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용자의 대응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벌까지 부과하는 규제로서, 이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 삭제가 법적∙논리적으로 헌법 위반으로까지 규정될 수 없는 것이며,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에서도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
경총은 "일부 공익위원은 ILO 핵심협약 미비준에 따른 한-EU FTA협정 위반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나라가 EU측으로부터 심각한 보복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협정상 근거가 없는 것"이며 "ILO 핵심협약 비준 여부는 EU 측의 통상압력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노사관계와 노동법․제도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바탕으로 주권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경총은 "향후 관련 논의는 현재 우리나라 노사관계에서 가장 핵심적 장애요소가 되고 있는 대립적‧투쟁적 노사관계를 협력적‧타협적인 선진형 노사관계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여, 노사 모두 국가경쟁력을 높이면서 공동으로 발전해 나가는 방향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단결권 확대와 관련한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는 경영계가 생산활동 방어기본권 차원에서 요구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과 반드시 연계되어 해결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경총은 공익위원만에 의한 입장은 경사노위의 공식의견으로 채택되지 못한 상태로 그 자체로 공신력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경영계는 향후 추가적인 논의과정에서 별도로 자체 입장을 피력해나갈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또한 노사정위 발표에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문을 냈다.
전경련은 "공익위원 최종안은 노동계가 요구하는 단결권을 강화하는 내용은 대부분 포함했지만, 경영계가 주장하는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 등 방어권을 보완하는 주요 내용은 포함하지 않아 노사 간 입장을 객관적·종합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전경련은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규정 삭제 등 노동계의 단결권을 강화하는 공익위원안은 노사갈등을 심화시켜 전세계 최하위 수준인 한국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주요 선진국과 경쟁국처럼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과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개선, 부당노동행위 시 처벌 규정 폐지 등의 경영계 방어권을 보장해야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의 박수근 위원장은 이날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과 파업 시 직장점거 규제 등의 내용을 담은 '공익위원 의견'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