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기업은 배고프다"... 쿠팡·위메프 음식배달서비스 진출 시동
쿠팡이츠와 위메프오로 20조원 배달시장 넘봐...
"애들 놀이터에 어른이 끼는 격"... 치킨게임 우려
스타트업의 영역처럼 여겨졌던 음식 배달서비스업을 거대 이커머스 기업들이 넘보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쿠팡과 위메프가 앞 다퉈 음식 배달서비스 분야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쿠팡은 ‘쿠팡이츠’라는 이름으로 음식 배달 비즈니스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비전펀드 20억달러 추가 투자유치 발표 시에 신규 사업으로 쿠팡이츠를 준비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쿠팡 사내에서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처럼 주문 후 픽업하는 방식으로 쿠팡이츠 테스트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기존 배달앱 처럼 소비자와 음식점을 연결해 주는 중개 방식의 서비스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판매의 주체가 돼 배송까지 책임지고 서비스 하는 모델을 채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며, 상반기 내 실체가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츠는 올해 초 강남과 송파권의 음식점들을 대상으로 가맹점 모집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고, 일부 업체들은 판매가의 20%~30% 수준으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쿠팡은 시간당 최대 수입 2만원 수준이 가능하다며 배달 파트너(라이더)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고, 12일 1차 접수가 진행돼 지난 15일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쿠팡이츠에 지원했다는 한 라이더에 따르면, 이번 시범 서비스는 송파구 관내에서만 실시되고, 시급은 점심과 저녁 피크타임에는 2만원, 그 외에는 1만5000원으로 공고됐다. 또 첫 주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둘째 주부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진행된다. 이 라이더는 “다른 내용은 계약서를 쓸 때 대외비를 약속했기에 밝힐 수 없다”며, “꽤 많은 라이더들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를 종합해보면, 쿠팡이츠 시범 서비스는 일부 사용자에게만 한정적으로 시행되는 일종의 ‘클로징 베타 서비스’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쿠팡 관계자는 “현재 서비스 준비를 위한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 오픈 시점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쿠팡이츠의 조기 정식 서비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로켓 배송과 쿠팡 플랙스를 통해 익힌 물류 빅데이터로 충분히 배달서비스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쿠팡이츠가 본격 서비스 되면 배달서비스 시장에 큰 파장이 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위메프도 8개월간 매장 픽업서비스로 운영해 온 ‘위메프오’를 통해 음식 배달서비스업에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위메프는 가칭 ‘위메프오 배달/픽업’으로 주요 프랜차이즈 기업(전국) 및 강남·서초구 골목상권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파트너십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위메프는 4월 중 시범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으며, 픽업에 배달을 더해 파트너십을 맺은 자영업자들이 ▲픽업만 ▲배달만 ▲픽업+배달 중 선택할 수 있으며, 픽업의 경우 사은품이나 추가할인 등의 혜택도 자영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어 기존 배달 앱과 차별화 된다고 설명했다.
또 입찰 혹은 지역 선정을 통한 광고상품을 운영하지 않으며 고객 만족도, 판매량, 거리 등을 기반으로 노출 순서를 설정할 계획으로 있고, 위메프오 배달/픽업을 통해 주문·결제가 이뤄지면 수수료를 과금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율은 기존 업계 수수료 대비 확연히 낮은 수준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위메프오 배달/픽업은 우버이츠나 쿠팡이츠처럼 배달서비스를 직접 진행하지 않으며, 주문자와 영업점 간의 주문 중계만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업주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배달망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위메프오 배달/픽업이라는 새로운 판매루트를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달업계에서는 쿠팡과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음식 배달 시장을 노리는 이유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음식배달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음식 배달 시장은 약 20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매년 약 60%씩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이커머스를 통해 물류 및 배송 시스템을 완비한 쿠팡과 위메프가 음식 배달시장이라는 스타트업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것에 대해 그리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결국 아이들 놀이터에 어른들이 진입하는 모양새”라며, “쿠팡과 위메프의 진출을 대비해 기존 음식 배달서비스 기업들은 벌써부터 출혈경쟁에 들어섰고, 치킨게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음식 배달서비스 사업은 국내 스타트업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오’ 등을 운영하는 외국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양분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