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에너지기본계획, 비판 거센 이유..."방향 아닌 속도가 문제...세계최고 원전산업 붕괴 가속화"
'또' 가속 밟는 정부, 20년 뒤 재생에너지 비중 '7.6%→35%'..."기존 산업 안전망은 없어"
원전해체 시장은 단발성 시장임에도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 비판도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청회를 열고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에 대한 비판이 연일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2017년 기준 7.6%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 30~35%로 높이겠다는 계획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입을 모아 지적했다.
22일 업계 관계자 A씨는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린다는 정부 계획에 누가 토를 달겠냐"면서도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이번 에너지 정책도 너무 '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부는 대체 뭐가 그리 급한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정부 정책은 산업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기존 산업에 대한 안전망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연내 발표할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자세히 제시하겠지만, 여전히 '목표치'와 '속도'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지난 공청회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는 대신, 석탄과 석유, 원자력 비중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신규 석탄발전소를 금지하고 노후 석탄발전소를 추가 폐쇄키로 했다. 또,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신규 원전 건설도 하지 않기로 했다. 석유도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서만 확대 활용키로 했다.
하지만 석탄발전소와 원전 산업 등 기존 발전 산업을 구조조정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인력과 조직에 대한 지원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원전해체 산업'이 하나의 지원책이라고 꼽는다.
정부는 기존 원전 인력을 해체 수요에 맞게 단계적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우선 2022년까지 약 1300여명의 전문인력을 육성할 방침이다. 또, 금융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원전 해체 시장, 본격 열리는 시점은 2060년...실제 시장 규모도 작고 우리 몫은 제한적
이 같은 정부 계획에 대해 업계 관계자 C씨는 "원전 수명은 대략 40년~80년"이라며 "국가마다 원전 연장 기간을 달리하고 여전히 원전을 짓는 국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언제 원전해체 시장이 열릴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빨리 잡아도 원전해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점은 2060년 정도"라고 전망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2016년 5월 공개한 제20회 원자력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2월 기준 세계 원전은 593기로 149기는 영구 정지 또는 해체 완료된 상태다. 438기는 가동 중이다.
2012년 프랑스 감사원 자료 기준 원전 1호기당 해체 비용은 약 6500억원 정도로, 438기를 해체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약 284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원자력 전문가 D씨는 "284조원 규모의 시장이 매년 열리는 게 아니라 딱 한 번 열리는 것 뿐"이라며 "원전해체 시장 규모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또, "원전해체는 한 업체가 아니라 여러 업체가 참여하기 때문에 이익 또한 나눠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나라가 아직 세계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지 않은 점까지 고려하면, 정부의 긍정적인 전망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원전해체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국가는 미국으로 15기의 원전을 해체해 부지를 녹지, 박물관, 주차장, 풍력발전소 등으로 활용까지 한 노하우도 갖고 있다.
이어 영국, 프랑스, 스웨덴, 독일, 일본 등이 우리보다 일찌감치 원전해체 기술을 확보해 발전시킨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정치적 이념에 치우쳐 '흑백논리' 이분법적 논리로 '탈원전'을 속도전하듯이 밀어붙이면서 지난 40년 이상 구축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산업은 2년 사이 붕괴하고 있다"며 "무능 무책임한 경제 아마추어 정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