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금융권의 사회공헌…보람과 반성
소득양극화에 자산양극화까지...양극화 심화
비정규직 양산 금융소외 심각…금융기회 고소득, 고신용자에 집중
금융회사,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 동시에 공적 성격 지녀
금융권의 포용적 금융과 사회적 책임은 금융지주회장, 주요 금융회사 CEO들이 공식 석상에서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단어 중 하나일 만큼 사회공헌 활동은 이제는 당연히 해야하는 분위기가 됐다.
전세계적으로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포용적 금융의 중요성이 일찍부터 대두돼 왔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외계층 지원 및 국제공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여러나라들이 포용적 금융을 실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실제로 2017년2월 G20독일 정상회담에서는 ‘2017금융포용행동계획(FIAP)’이 채택되기도 했다.
녹색경제신문은 창간 9주년을 맞아 국내 금융회사들의 사회공헌 노력과 부족한 점 등을 짚어보며 약 한달동안 집중적으로 조망할 예정이다.
포용적 금융은 고소득, 고신용자에게 기회가 집중되고, 고금리대출 위주로 형성되어 있는 기존의 금융에서 탈피해 금융에서 소외된 계층까지 금융의 울타리 안에서 같이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금융시스템이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과 같은 ‘사회적 가치’의 실현에 기여하는 사회적 경제 친화적 금융시스템으로 바뀌어 나가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상당히 미흡한 게 사실이다. 소득의 양극화가 자산의 양극화로 번져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고, 비정규직이 양산 되다보니 금융소외도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다.
금융기회가 고소득, 고신용자에 집중하는 구조가 굳어져 가고 있다. 대출규제와 경기둔화영향으로 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탈락하는 위험이 점차 커가고 있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너도나도 사회공헌을 외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금융소외가 개선됐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은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수익성 추구가 민간 금융회사의 본질인 만큼 당기순이익 증가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지만, 예대마진 위주의 영업에 안주하면서 가계대출 증가를 통해 이익을 누리며 안주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이를 위해 금융권에서는 서민취약차주 지원을 위해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햇살론, 바꿔드림론 같은 정책서민금융을 공급하고 중금리대출의 일종으로 대부업체보다는 낮고 은행보다는 높은 금리로 중저신용자들에게 연6~18%이내 금리로 자금을 대출하는 사잇돌 대출을 공급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표 서민금융상품 '새희망홀씨' 공급액은 3조 6612억원으로 공급목표 3조 3000억원을 11% 초과 달성했다. 새희망홀씨를 통해 대출을 받은 서민은 25만 2740명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635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EB하나은행 6234억원, 우리은행 6035억원, KB국민은행 5977억원, IBK기업은행 3602억원, NH농협은행 3250억원 순이었다.
또, 금융권은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 등으로 연체부담을 완화하고, 법정최고금리 인하, 카드수수료 경감 등 금융이용부담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와함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사회공헌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면서 은행들은 저마다 ‘사회로의 이익 환원’을 목적으로 각양각색의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요 금융회사들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을 확충한데 이어, 청년 고용 활성화, 지역별 소외 계층 지원, 여성의 경제활동 등에 중점을 두고 저마다의 특색있는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 은행들 중에는 농협은행이 사회공헌에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연합회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2017년 총 1093억원의 사회공헌 비용을 지출해 19개 은행 중 1위를 기록했다. 농협은행은 2011년부터 7년 연속 은행권 사회공헌 비용 지출 1위다.
농협은행은 매년 연평균 1000억원 이상을 사회공헌에 쏟는다. 고객, 농업인,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따뜻한 은행이 되겠다는 목표다.
농협의 정체성을 살려 농촌 일손돕기에 꾸준히 나서는 것은 기본이다. 임직원 재능기부를 통해 소외계층도 적극 돕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외계층에 대한 재능기부 형식의 금융교육 프로그램인 ‘행복채움 금융교실’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엔 총 1643회에 걸쳐 약 6만5000명의 금융 소외계층에 맞춤형 금융교육을 실시했다. 교육기부에 참여하는 농협은행 임직원은 1500여 명에 달한다.
농협은행 임직원 봉사단은 농번기엔 수시로 농촌 일손돕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엔 ‘NH 사랑나눔 행복채움 릴레이’라는 테마를 정해 6만5000여 명의 임직원 자원봉사자가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농협은행은 올해도 매월 사회공헌 과제를 선정해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1월과 2월엔 떡국 나눔과 장학금 전달, 3월엔 환경보호 활동을 했다
KB금융지주는 청년 구직자의 고용 활성화와 중소·중견기업 구인난 해소를 위한 프로젝트를 2011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청년 구직자와 예비전역 장병들을 대상으로 취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중소기업들과 함께 취업박람회와 컨설팅 등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연 5회 진행중이다.
청소년과 여성들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은 신한금융지주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공동육아나눔터를 개소하는 한편 서울청소년수련관을 개선하고 도서관 건설·복합 문화공간 건설하는 등 지역 사회에 필요한 시설 설립에 한창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초빙, 사회공헌위원회를 발족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 7월 발족한 하나금융그룹의 사회공헌위원회는 박승 전(前) 한국은행 총재를 위원장으로 5인의 외부전문가와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안영근 하나금융지주 사회공헌 담당 임원 등 분야별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지주사 출범을 맞아 금융의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해 전계열사가 ‘함께여서 더 좋은 우리’ 캠페인을 시작했다. 국내외 영업점을 중심으로 인근 사회복지시설과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지역 맞춤형 활동을 펼쳤고, 해외에도 글로벌 자원봉사단을 파견하며 지역밀착형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도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기부금은 18.1% 증가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53곳의 기부금 총액은 작년 251억원으로 전년의 213억원에 비해 38억원(18.1%) 증가했다. 다만 2017년의 증가율 26.0%에는 못 미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자본주의 색채가 가장 짙은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증권사들도 기부금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난해 가장 많은 기부를 한 증권사는 KB증권으로 55억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일년 전에 비해서는 104.7% 증가했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되면서 기부금액이 크게 늘었다.
KB금융그룹 계열 보험사인 KB생명과 KB손해보험도 사회공헌 관련 기부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작년 기부금이 축소된 증권사도 19곳에 달했고, 기부금 지출액이 0원인 곳도 10곳이나 됐다.
생명보험업은 삼성생명이 생보사 중에서 기부금액이 가장 많았지만 당기 순이익 대비 기부율은 0.93%로 10억원 이상을 기부한 생보사 중 가장 낮았다. 10억원 이하를 기부한 보험사들을 포함했을 때에도 흥국생명(0.84%), AIA생명(0.88%)에 이어 3번째로 저조한 기부율이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전 금융권에서 소비자 중심의 '포용적 금융'과 '사회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사회적 공헌을 생각한다면 시대적 흐름으로 봐야하고 앞으로도 지속가능 경제를 위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