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 경영 결과, 16개 계열사별 실적 처음 공개한다...'딥 체인지' 가속화
최태원 회장 “측정한다는 건 개선의지가 있다는 것…완벽치 않아도 시작 중요”
SK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의 토대가 되는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해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SK는 21일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16개 주요 관계사가 2018년 한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가치를 경영실적에 반영에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SK그룹이 최초다.
사회적 가치는 기업 경영활동 등을 통해 일자리 부족, 환경 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말한다.
최태원 SK 회장은 사회적 가치 개념을 경영에 도입해 SK그룹은 이제 경영 실적에 반영해 실적 발표처럼 공개할 수 있는 내재화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은 영업이익 등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 듯 같은 기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는 혁신 기법이다.
SK 관계자는 “재무제표를 각 사별로 공개하듯, 사회적 가치 역시 각 계열사 별로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표 방식과 시점은 각 사별로 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때 밝히거나 지속가능보고서에 기재하는 등 자율로 정하게 된다.
또한, 앞으로 매년 측정 결과를 공개하고, 관계사별 경영 KPI(핵심평가지표)에도 50%를 반영하기로 했다.
경영∙회계학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과 측정체계 공동 연구개발
SK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린동 사옥에서 언론 설명회를 열어 사회적 가치 측정 취지와 방식, 주요 관계사 측정 결과, 향후 계획 등을 공개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Social Value의 약자)위원장은 “SK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이유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최태원 회장은 “측정(measure)할 수 없는 것은 관리(manage)될 수 없다”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사회적 가치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SK에 따르면, 각 관계사들이 측정한 사회적 가치는 크게 3대 분야로 나뉜다.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 등이다.
세부적으로 경제간접 기여성과의 측정 항목은 고용, 배당, 납세 등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의 측정 항목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을 측정한다.
SK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은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 활동과 별개가 아니다”라며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이 일반적인 사회공헌과 차별화되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 등 일부 국내외 기업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 및 공표해왔다.
다만, 제품∙서비스 관련 사회적 가치까지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SK가 처음이다. 라준영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사회성과를 경제활동의 언어인 화폐가치로 측정해 재무성과와 비교 가능하게 한 것은 선구적 시도“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는 2017년부터 외부 전문가들과의 공동 연구, 관계사 협의 등을 통해 측정 체계를 개발해 왔다. 측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대학 경제학, 회계학, 사회학 교수, 사회적 기업 관련 전문가들이 자문 역할을 했다.
SK “측정 시스템은 아직 미완성…지속 보완해 재무제표화하는 방안도 연구”
SK는 이날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원사인 16개 주요 관계사 중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3개사의 ‘18년도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먼저 공개했다. SK는 그러나 “아직 측정 시스템에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 개선 성과, 법규 위반 사항 등은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 각 사는 자체 측정결과 공표 시 미반영 항목을 주석에 표기하고, 추후 반영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목표를 정해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측정결과 공표를 독려했다고 SK는 밝혔다.
SK는 또 향후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일종의 재무제표 형태로 작성해서 공개하는 방안을 회계학자들과 공동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회계정보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현대 회계시스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되기까지 100년 이상이 걸렸다”며 “SK의 사회적 가치 측정은 기업 경영방식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이항수 PR팀장(부사장)은 “사회적 가치 측정은 DBL 경영을 동력으로 ‘New SK’를 만들기 위한 작지만 큰 걸음을 내딛은 것”이라며 “’지도에 없는 길’을 처음 가는 것인 만큼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결국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요 계열사의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도 발표됐다.
SK이노베이션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2.3조원 △ 비즈니스 사회성과 (-) 1조 1,884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494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1.6조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81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339억원을, SK하이닉스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9.9조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 4,563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760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각각 측정됐다.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의 비즈니스 사회성과가 마이너스(-)로 나온 것은, 생산 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나오는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량이 환경 항목의 측정값으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각 사는 이번에 산출한 측정값을 기준 삼아 개선 목표를 정하게 된다”며 ”마이너스 요소(오염물질 배출량)는 줄이고, 친환경 사업모델을 확대하는 등 방법으로 플러스 항목을 늘리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일시 통신장애로 고객들에게 제공한 피해 보상액 등은 마이너스 성과로 측정했다.
또, 주요 계열사의 사회적 가치 창출 사례도 소개됐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루브리컨츠는 저점도 특성을 지닌 고급 윤활기유 'YUBASE(유베이스)'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고급 윤활기유는 범용 제품 대비 최대 2.0%의 연비를 개선할 수 있으며,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있다.
그에 따른 2018년 연간 사회적 가치 창출액은 1,315억원으로 측정됐다.
SK텔레콤은 2016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T map 운전습관’ 서비스는 운전자가 ▲과속 ▲급가속 ▲급감속 등 운행 데이터 기반 안전운전 기준 점수 달성시 자동차 보험료를 최대 10%까지 할인해준다.
해당 상품에 가입한 T map 고객은 연간 평균 6만원 저렴하게 운전자 보험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가입 고객 전체로 추산하면 총 408억 원에 달한다.
교통사고 예방의 사회적 가치 창출액은 487억원으로 측정됐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유발되는 불순물을 처리하는 스크러버(Scrubber)장치를 혁신적으로 개조했다.
세계최초로 물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무폐수 방출시스템(Water Free Scrubber)를 개발해 물 사용량과 폐수 배출량을 줄이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의 스크러버에 비해 유지 보수 비용을 14.2%까지 줄이는 경제적 가치도 함께 창출했다. 스크러버 개발에 따른 사회적 가치 창출액은 540.6억원으로 측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