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기회를 찾아라③] 찍어 눌린 '화웨이'...삼성ㆍLG 등 반사이익 넘은 현명한 대처 필요
- 미국의 IT기업에 영국, 일본, 대만까지 제재 동참...사실사 화웨이에 '사망선고'
- 삼성전자ㆍLG전자 중국 시장보다 유럽서 반등 기회...반도체 시장은 불확실성 증가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G2’의 무역전쟁의 여파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경제 제재 조처를 내놓는 상황입니다. 중국의 IT굴기의 상징인 ‘화웨이’에 대한 ‘거래금지’ 등이 대표적이죠.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제재에 ‘희토류 보복’이라는 카드를 검토 중입니다. 희토류는 정보기술(IT)산업, 전자제품 제조, 원자로 제어제 등에 사용되는 희귀 재료로, 세계 생산량 중 95%가 중국에서 나옵니다.
세계 경제가 요동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녹색경제신문은 두 거대 국가의 충돌 상황이 한국 기업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지점들을 분석해 대안 제안하고자 합니다. <미·중 무역전쟁-기회를 찾아라>는 총 5편으로 구성돼 경제의 다양한 시각과 전망을 전하고자 기획됐습니다.
이번 기사에선 미ㆍ중 무역전쟁으로 발생하는 화웨이 중심의 IT업계 지각변동에서 한국 기업에 위기가 될 수 있는 사안과,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 등을 담았습니다. 위기엔 현명한 대응가, 기회엔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 [편집자주]
매섭게 몰아치던 중국의 IT 굴기가 미ㆍ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한풀 꺾였다.
중국의 추격이 빠르기는 했지만, 아직 세계 IT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추가 부여한 이후, 화웨이에 대한 제재조처를 내렸다.
화웨이는 중국 ‘IT굴기’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다.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점유율을 보유했고, 각종 통신장비들도 대량 생산한다. 그러나 이번 미ㆍ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구글, 인텔, 퀄컴 등이 화웨이와 주요 거래를 중단하면서 머리와 손이 묶였다.
23일엔 영국과 일본 업체들이 화웨이 제재에 동참했다. 대만의 5개 이동통신사도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은 미국과의 거래 중단으로 ‘깡통폰’이 될 위기에 처했고, 통신장비마저 세계 시장에서 외면 받으며 사면초가에 빠졌다.
◆ 화웨이의 몰락, 삼성ㆍLG전자에겐 ‘호재’...반도체 사업은 불확실성 증가
익명을 요구한 전자업계 전문가는 23일 오후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화웨이의 고립의 의미는 그 자체로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간 IT굴기란 허명 아래 기술 강탈 의혹과 과도한 내수 경제 보호 등으로 커간 중국 IT기업에 대한 미국의 대응으로도 볼 수 있다”며 “미국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화웨이가 외면 받는 이유는 그간 ‘상도의’를 어겼다는 인식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미ㆍ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화웨이를 시작으로 중국 IT 기업들의 기세가 꺾일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IT기업 중 가장 성공한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상징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며 “샤오미, 오포 등 다른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사항이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세계 IT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크다. 화웨이의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처음으로 2억대를 돌파했다.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에서도 애플을 꺾고 2위에 올랐다. 1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도 갈수록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미ㆍ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화웨이는 추후 사업에 큰 지장이 생겼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당초 올해 화웨이가 2억411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미국이 제재를 시작한 직후 이를 낮춰 다시 발표했다. 올해 1억5600만대, 내년 1억1960만대로 급감할 것이라 내다봤다.
SA가 이 같이 판매량을 수정한 이유는 미국의 IT기업들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으면서 화웨이 단말의 매력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화웨이 스마트폰은 미국의 IT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특히 구글과 결별은 뼈아프다. 구글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이전이 필요한 화웨이와의 비즈니스를 중단했다. 화웨이는 이번 조처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지메일 등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화웨이는 이를 진작 대비해 ‘훙멍’이란 내부명으로 불리는 새로운 OS를 개발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완벽히 상용화 되는데 필요한 시간은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만약, 새로운 OS를 선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미 구글이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앱 개발자들이 화웨이가 형성한 OS시장에 참여할 가능성도 낮다.
전자업계 전문가는 화웨이의 사면초가 상황이 한국 IT기업에게 실보단 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아직 시장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화웨이가 빠진 스마트폰 시장을 차지한다면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이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반도체 사업에 대해선 불확실한 측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화웨이가 모바일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큰 만큼 반도체 소비량도 많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겐 ‘큰 고객의 몰락’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중 중국 비중이 각각 32%, 39%로 높다.
‘불확실한 측면’은 영국의 반도체설계업체인 암(ARM)도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하면서 화웨이의 행보에 대한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RM은 세계 2위 반도체 설계회사다. ARM의 특허를 피해 AP(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를 제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반도체설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일부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화웨이의 스마트폰 몰락이 국내 반도체 업계에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각에선 화웨이가 미국 마이크론을 대신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부터 받는 메모리 반도체를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화웨이는 전 세계에서 연간 약 670억 달러(80조 원) 규모의 부품을 조달하고, 이 가운데 약 110억 달러를 미국에서 구입한다.
◆ 스마트폰 시장 지각변동...“중국시장보다 유럽을 공략해라”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 타격은 삼성전자에겐 안도감으로, LG전자에겐 반등의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에서는 미ㆍ중 무역전쟁이 연말까지 장기화 될 경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1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한, LG전자에겐 유럽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그는 "화웨이 제재가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올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은 기존 3억대에서 5% 증가한 3억2000만대 수준으로 예상돼, 전년 대비 10%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LG전자도 중저가 라인업을 확대해 유럽시장 점유율 회복의 잠재적 기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부품 업체로 삼성전자 비중이 높고 중국 매출비중이 낮은 파트론, 대덕전자, 와이솔, 한솔테크닉스 등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특히 향후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DE)를 탑재한 갤럭시 및 폴더블 폰의 판매 증가는 향후 중소형 OLDE 투자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에스에프에이, 원익IPS, AP시스템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기, LG이노텍의 화웨이 향 매출 비중은 5% 미만으로 추정돼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 부진에 따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중국의 내수 시장에는 크게 작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화웨이는 중국에선 안드로이드 변형 버전을 쓰고 있다. 각종 구글 서비스도 선탑재하지 않는다. 내수시장의 타격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 자료에 따르면, 1분기 화웨이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 중 51%가 중국에서 소비됐다. 이는 이번 화웨이 제재로 ‘애국심’에 기반 한 중국인들의 화웨이 소비가 증가돼 더욱 공고히 될 수 있다.
중국 시장은 명실공이 단일 국가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번 미ㆍ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에선 애플 불매운동의 조짐이 일고 있다. 실제로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아이폰 불매 기류가 일고 있고,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도 9년간 써오던 아이폰 대신 화웨이 휴대전화를 구매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투자은행 UBS는 투자자 메모 등을 통해 “애플이 중국에서 불고 있는 보복 움직임으로 의도치 않은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면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 빈공간을 노린다면 충분히 이득을 볼 수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중국시장에서 화웨이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수 있지만, 애플의 점유율이 떨어져 발생하는 구매층에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이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중저가 브랜드를 강화한다면 충분히 승산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민족주의적 성향을 고려했을 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시장은 중국의 상황과 다르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생산량의 49%를 해외에 판매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선 최근 1년 사이에 점유율이 10%P 가까이 상승했다.
이는 구글의 OS와 퀄컴의 장비 덕분에 가능했던 약진이다. 이 부분이 사라진다면 유럽 구매층이 화웨이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역시 ‘빈공간’이 생기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겐 중국시장보다 유럽시장에서 생기는 구매층을 잡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상황이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23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미국과 유럽에서 몰아내는 것이 중국과의 무역협상보다 10배는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을 미국 자본시장에서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사로 불린 배넌의 발언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인터뷰 중에 나왔다. 그의 견해는 미국이 이번 미ㆍ중 무역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압축적으로 담겨있다.
두 거대 국가의 경제적 충돌에서 IT기업은 핵심으로 부상했다. IT강국으로 불리는 한국 기업이 부상할지, 아니면 고래싸움에 세우 등이 터지는 격이 될지는 미지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지혜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