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2차 경제보복] '최우선 과제' 중소벤처 경쟁력 높이려면..."안정적 판로 확보 먼저"

정부, 5일 '소재·부품·장비' 관련 중소벤처기업 경쟁력 강화 위한 대책 발표 중소벤처업계, "기술력 없어 개발하지 않는 게 아니다" "판로 확보만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면, 일본 규제 품목 개발 가능"

2019-08-06     양도웅 기자
[자료=연합뉴스]

일본의 2차 경제 보복으로 소재·부품·장비 등을 생산하는 국내 중소벤처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최우선 과제로 손꼽히는 가운데,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중소벤처업계서 나왔다. 

6일 중소벤처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정부의 발표대로 구축된다면 소재·부품·장비 관련 중소벤처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연구개발하고도 대기업이나 수요기업으로의 판로가 보장되지 않으면 모든 리스크를 해당 중소벤처기업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정부 발표에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법적으로 강제할 순 없겠지만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의 물품을 국내 대기업들이 구매하도록 '명시'해줬으면 한다"고 안정적 판로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5일 다른 정부 부처와 합동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 등에 따르면, 중기부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품목의 국내 생산 확대를 위해 대·중소기업의 분업적 협력을 적극 추진한다. 

기존과 다른 대·중소기업 상생모델을 일본의 경제 보복을 계기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 중기부는 대·중소 상생품목 30개 내외를 선정해 기술개발비 등으로 1000억원을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대·중소 상생품목은 ▲대기업이 필요로 하고 ▲국내 중소기업에서 개발·생산 가능하고 ▲중소제품의 판로가 대기업으로부터 보장되는 품목을 말한다. 

이 가운데 세 번째인 '판로 확보'가 중소벤처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중소벤처업계 관계자는 밝힌 셈이다.

박영선

중기부도 이를 알고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100대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의 물품을 구매하거나, 대기업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소벤처기업에 판로 확대를 지원해줄 것을 대책에 담았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도 6일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련 기자간담회서 "중기부가 대기업으로부터 국산화가 필요한 부품 리스트를 받아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중소기업과 매칭하고 있다"며 '안정적 판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안정적인 판로 확보의 중요성은 최근 벤처기업협회가 335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달 1일 일본 정부가 대한(對韓)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과 관련 있는 국내 벤처기업들도 '판로'에 대해 언급했다. 

ㄱ사는 "국내 소재업체의 생산물량을 국내기업이 구매해준다면 위기를 모면할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ㄱ사는 또,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 실패 시 중소기업은 큰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서는 대기업과 국산화 가능성 있는 기업을 컨소시엄 형태로 묶어 일정부분 사용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ㄴ사도 "국내기업이 생산한 제품과 기술에 대해 정부가 강제해 납품 쿼터를 지정토록 하면 국산화 기술과 제품이 사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ㄷ사도 "국산화를 위해 연구개발 중인 벤처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R&D 지원과 '구매'까지 이어지는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정부

한편, 일각에서 우려하는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기술력에 대해, 위 관계자는 "기술이 부족해서 개발하지 않는 건 아니다"며 "하지만 시장성(판로)이 확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원이 적은 중소벤처기업들이 '올인'해 개발에 나서기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벤처기업협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기업 335개 가운데 35.7%가 1~2년 내에 일본 수출규제 대상 품목의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