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품다] ‘한국판 툰베리’ 나올까
기후변화와 환경 관련 ‘젊은 층’ 목소리 높아지고 있어
“여러분(기성세대와 지도자들)은 헛된 말로 내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다.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대멸종이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도 여러분의 관심은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 신화에 대한 것뿐이다.”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지난 9월 23일 UN 기후행동 정상회담에서 한 연설이다. 전 세계 지도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16살 스웨덴 소녀는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매주 금요일 학교에 가지 않고 툰베리는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관련 시위를 하고 있다. 기후행동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스웨덴에서 미국까지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요트를 타고 왔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항공기 탑승을 거부한 것이다. 툰베리는 ‘젊은 세대’의 기후변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최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툰베리를 언급하면서 "우리 시대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고 언급해 전 세계적 관심이 집중됐다. 디카프리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이 툰베리와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디카프리오는 "툰베리의 환경관련 메시지는 전 세계에 '모닝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툰베리’와 같은 인식을 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는 기성세대가 아닌 자신들 문제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성장주의’ 부작용이 자신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일 서울 마포에 있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12~18세 아동 청소년들이 모였다. 이들은 원탁회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행사 타이틀은 ‘우리의 목소리- 미세먼지 없는 세상을 위해’였다. 75명 아동과 청소년들이 미세먼지를 두고 ‘아동 원탁토론’을 개최했다.
이들은 이날 토론회를 통해 미세먼지 원인과 대책, 지금까지 현황과 문제점 등에 대해 스스로 알아갔다. ‘한국판 툰베리’가 모여 앉아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을 공유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미세먼지 문제를 기성세대에 전적으로 맡겨 놓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함께 했다. 이들은 “미세먼지 없는 세상을 위해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기후변화와 관련돼 청년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고등교육기관들의 기후변화에 관한 관심은 매우 높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대학 관심이 적은 편이다. 현재 글로벌 고등교육기관 지탱 가능 목표 협약(The SDG Accord)에 세계 6대륙 214개 대학 413만9383명 대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참여 대학은 2030년 혹은 늦어도 2050년까지는 ‘탄소 중립’을 실천해야 한다. ‘탄소 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대학 본연의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 대처 방법, 기후행동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야 한다. 환경과 지탱 가능 교육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대학과 지역사회 프로그램도 늘려나가는 계획도 세워야 한다. 학문의 전당이자 사회적 책임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을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우리나라도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가 구성돼 있다. 김창환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홍보위원장은 “여전히 우리나라 대학은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제 대학 구성원들이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시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서울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대학 스스로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세먼지, 기후변화 등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환경 분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목소리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