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결산] 재계·산업계 10대 뉴스...세계최초 5G 상용화, 반도체·자동차 위기, 재계 세대교체 등 재조명

2019-12-31     박근우 기자

국내 기업들은 2019년 한 해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글로벌 불확실성과 국내 경기 침체 속에서 힘겹게 보냈다. 

위기 관리 경영이 재계의 화두가 될 정도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미래 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세대교체를 통한 혁신에도 나섰다. 

<녹색경제신문>은 2019년 기해년을 마무리하며 재계 및 산업계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재계 1~2세 잇단 별세와 3~4세 세대교체

2019년에는 재계 1~2세대 원로 경영인들이 잇달아 별세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타계했다. 

한국 경제성장의 산업화 태동과 글로벌화 격동기를 함께한 창업자들의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린 것이다.

한국 전자·화학산업의 중흥을 이끈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12월 14일 94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은 12월 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3월에는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87세에 노환으로 타계했다. 4월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70세의 나이에 갑자기 별세했다. 

대신 3·4세대 경영 시대가 열렸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그룹이 이미 세대교체를 마친 데 이어 연말 정기인사에 GS, 한화, LS 등 오너 3·4세들이 전진배치 됐다.

GS그룹은 15년간 그룹을 이끈 허창수 회장이 퇴진하고 그의 넷째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신임 회장에 추대됐다.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4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한진그룹도 고(故) 조양호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회장이 3세 경영을 시작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가 부사장에 올랐다. LS그룹 오너 3세인 구본혁 LS니꼬동제련 부사장은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시대, 가입자 확대 경쟁

2019년은 우리나라가 4월 3일 세계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한 원년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는 당초 5G 가입자 목표 300만명을 넘어 500만명 가까이에 이르렀다. 

통신 3사는 AI와 VR, 클라우드, 초실감 콘텐츠 등 5G 특화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시장 확대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이통3사가 상용화 초기에 홍보했던 이론상 속도 20Gbps에 한참 못 미치는 1.5Gbps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5G 품질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2020년부터 내실을 다진 5G 서비스가 이뤄질 전망이다. 28GHz 대역 상용화와 함께 더 발전된 서비스로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그룹 대규모 투자 

2019년 주요 그룹은 공격적인 투자를 전개했다. 미래성장동력에 선제적인 투자로 재도약의 기반을 준비한 것.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차원에서 투자 요청을 받아들인 사례도 다수다. 

지난 4월,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 비전'으로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 투자와 전문인력 1만5000명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0월, 삼성디스플레이가 2025년까지 QD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과 연구개발에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까지 세계 3위 글로벌 전동차 기업으로 도약하고 플랫폼 서비스사업에서도 수익 창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총 6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현대모비스는 3000억원을 투자해 울산 이화산업단지에 친환경 부품공장을 건설한다.

LG화학은 지난 7월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인 ‘구미형 일자리’에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양극재공장을 신설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한다는 것.

효성그룹은 지난 8월,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생산규모를 현 2000톤에서 2만4000톤까지 늘려 글로벌 톱3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점유율을 2%에서 10%로 확대한다.

하림은 익산에 2024년까지 8800억원을 투자해 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 수출 규제 등 무역분쟁과 전화위복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한국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갈등이 커졌다.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한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을 규제한데 이어 8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일본은 전략물자가 제3국으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국가안보상 이유로 수출을 제한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사실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다.

한국 정부도 WTO제소,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지원 등 대응에 나섰다. 주요 소재·부품·장비를 일본에 의존하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은 공급처 다변화로 대응했다. 

삼성전자는 9월부터 국산 불화수소를 일부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10월부터 국산 불화수소를 납품 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9월부터 공정 전반에 쓰는 불화수소를 100% 국산화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국산 불화수소를 생산라인에 적용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불화수소 국산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수출규제 초기에는 공급처 다변화와 국산화 작업이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었다. 하지만

국내기업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대일의존도를 탈피하며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일본의 피해가 오히려 큰 상황이다. 7∼10월 일본의 대한국 수출액 감소율은 14.0%로 한국(7.0%)보다 감소 규모가 2배나 컸다.

국내 소비자들은 일본산 불매운동을 벌여 일본맥주, 의류, 자동차 등의 소비량이 급감했다. 일본 기업들이 위기를 맞게 됐다. 


◆재벌가 자제, 마약파문 등 사회적 물의

재벌가 오너 자제의 마약 밀반입 등 일탈이 도마에 올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는 대마 흡입, 밀반입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지난 9월 구속기소, 10월 말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검찰이 곧바로 항소해 내년 1월 2심 재판이 열린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현선씨, SK그룹 창업주의 손자 최영근씨 등 유력 재벌 자제들이 줄줄이 마약 혐의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들이 모두 ‘초범’, ‘반성’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는 점에서 법원이 재벌가에 관대한 처벌을 내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어머니 이명의 정석기업 고문과의 크리스마스 소동, 누마 조현아 전 부사장의 반발에 따른 '남매의 난' 등 일반인의 시각에서 눈살을 찌푸리는 사건이 이어졌다.

◆기대에 못미친 기업 M&A 시장

2019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은 예상보다 초라했다. 

‘제2의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흥행에 미치지 못했다. SK, 한화 등 주요 그룹이 인수 후보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제주항공(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 3곳 뿐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다. 

렌털업계 1위 웅진코웨이도 마찬가지다. SK네트웍스 등 유력 대기업 후보들이 본입찰에 불참했다. 대신 게임업체 넷마블이 막판에 참여해 인수했다.  

넷마블은 인수가격으로 1조8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달 이상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서 매각이 난항을 겪는 게 아니냐 우려가 나온다.

◆인보사 사태와 신약 개발 성공

2019년 제약·바이오업계는 허위 신약 '인보사' 사태로 곤욕을 치렀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케이주’를 개발했다고 했지만 허가가 취소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 받는 과정에서 주요 성분에 대한 허위자료가 제출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로 코오롱생명과학 임원이 구속기소되는 등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돼 수사 중이다. 되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등은 거의 확정적이라는 신약개발이 임상3상에서 중단됐다.

반면 SK바이오팜은 11월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심사 개시 1년여 만에 신약 승인을 받았다.

'엑스코프리'의 글로벌 가치는 5조4000억원에 이른다. 내년 2분기 중 판매가 본격화된다. SK바이오팜의 매출이 연간 1조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기득권에 막힌 공유경제…'타다금지법' 논란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는 지난 2018년 10월 서비스 시작 이후 2019년 들어 빠르게 시장을 점령해 나갔다.

타다는 스마트폰 앱으로 11인승 승합차를 호출하는 서비스다. 11인승 카니발에 와이파이·충전기·공기청정 기능 등 편의성과 ‘말 걸지 않는 택시’, AI 배차로 사용자들이 열광했다. 

그러나 1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택시업계의 '총선' 표를 의식해 '타다 금지법'을 발의하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타다금지법은 관광 목적으로 11~15인승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다.

타다가 주춤하자 카카오모빌리티가 법인택시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대리, 카카오내비, 카카오T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당초 공유경제 분쟁은 2018년 ‘카카오 카풀’로 문제가 발단이었으나 2019년에는 ‘타다’로 옮겨 붙었다. 새로운 이동수단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 때문이다. 

공유경제 플랫폼사업자와 택시업계 간 갈등을 넘어 정치권, 경영계, 시민단체 등 사회 전반으로 확대됐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미래를 막아버리는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또 다른 미래 역시 정치적 고려로 막힐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택시를 보호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미래를 막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인지 납득이 안간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둔화 및 창립 50주년 삼성그룹 위기 극복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세가 예상보다 길어졌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수출액은 2018년 12월부터 1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잇따른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미래성장동력 강화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4월, 2030년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달성을 내건 ‘반도체 2030’을 발표했다.

5G·AI·차량용 반도체 등 미래 신성장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133조원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또한 이 부회장은 10월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QD디스플레이에 2025년까지 총 13조1000억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11월1일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세지에서 “앞으로 50년 우리 기술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고 했다.

하지만 권력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 중인 이 부회장은 연말 임원인사도 미루고 위기 극복에 매진해야 할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위기 속 구조조정

환경규제, 소비패턴 변화, 글로벌 수요감소 등으로 자동차 업계가 위기였다.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외국계 자동차 3사는 1~11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8%, 36%, 17%씩 줄었다.

르노삼성은 생산량 절반을 차지하는 로그 위탁생산이 종료됐다. 후속 차량인 유럽향 XM3 수주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쌍용차는 2019년 누적 영업적자가 1800억원에 달한다.

실적 부진에 따라 사실상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노사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르노삼성은 2018년 임금협상을 올해 6월에 겨우 마무리한데 이어 2019년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국지엠은 올해 창원공장 1교대 전환을 진행하며 하청업체에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쌍용차 노조는 직원 복지축소 등 임금협상을 받아들인 데 이어 성과금 반납이 담긴 추가 쇄신안에 돌입했다. 대주주 마힌드라 등의 자금지원이 급박한 상황이다. 

현대차·기아차는 국내외 실적에서 그나마 선전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중국 등 해외에서 녹록치 않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2025년까지 미래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동화·자율주행·로봇·개인항공 등에 총 20조원을 투자해 미래차에 사활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