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21대 국회, 21세기 ‘기후변화’ 해법 찾아야

2020-01-21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기후변화

올해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선거 때만 되면 공약(公約)이 쏟아진다. 벌써 여야는 공공 와이파이 확대,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을 내놓는 등 공약 발표에 나서고 있다. 어느 정당이 내게 필요한 공약을 내놓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21대 국회는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후변화는 최근 그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호주 대형산불은 기후변화 피해를 말해주기에 충분하다. 남한 면적 이상이 불에 탔다. 10억 마리가 넘는 동물이 떼죽음을 당했다.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호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아 전 세계 환경단체가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데도 호주 정부는 이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는 지난해 온도는 높고 매우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다. 화재에 매우 취약한 날씨로 바뀐 것이다. 불이 붙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불이 나더니 이번에는 폭우로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전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 위기 앞에 놓여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후변화 사이트는 이를 수치화시켜 발표하고 있다. 지구 가열화(Heating)를 보여주는 지표는 매우 많다. 지구 평균온도, 해수면, 북극 바다 얼음, 이산화탄소 농도 등이다.

1월 21일 NASA 자료를 보면 이산화탄소 농도 412ppm, 지구 평균온도 1880년 이후 1.9 화씨(F) 상승, 북극 바다 얼음 10년 동안 12.8% 감소, 빙상 매년 413기가톤 감소, 해수면 매년 3.3mm 상승 등을 보인다. 어느 것 하나 지구 가열화가 ‘아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없다. 모든 지표가 지구 가열화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후변화는 사기다’라는 말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말인지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는 1880년 이후 두 번째로 더웠던 해로 기록됐다. 지구 가열화는 지구촌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대서양 허리케인, 태평양 태풍 등 열대성 폭풍이 강력해지고 있다. 이는 바다 온도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거대 폭풍이 높은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파괴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허리케인 ‘도리안’으로 카리브해는 물론 미국 일부 지역은 쑥대밭이 됐다. 이뿐 아니다. 유럽 등에는 폭염이 덮쳤다. 40도를 웃도는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관련 환자는 물론 생명체들이 쓰러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당장 우리 일이 아니라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평균온도가 상승하고 있다. 비와 눈이 오는 날이 적다. 고온 현상과 함께 건조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산악 지형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가늠하기 힘들다. 호주 대형산불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21대 각 당의 공약을 국민은 예의주시할 것이다. 그동안 공약 발표에 있어 환경 분야는 마지못해 집어넣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환경 분야 공약 개발에 소홀하고 겉치레로 포장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있다 하더라도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 문구로 포장되는 것이 많았다. 환경시민단체들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21일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환경운동연합 측은 “각 정당은 이해득실을 따지는 이합집산과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고 여전히 환경 의제를 주요한 정치적 문제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도 인식도 없는 모습”이라며 “110년 만의 겨울폭우와 엄청난 피해를 일으키는 호주 산불도, 미세먼지 불안에도, 방사능 위협에도, 난개발로 인한 강과 국토의 훼손에도 정당들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비전도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는 제대로 된 환경 의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환경위기를 해결하는 내실을 갖출 수 있도록 정당의 각성을 촉구했다. 기후변화는 ‘내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도 문제 중 하나이다. 류시화 엮음의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책에는 이런 인디언 연설문이 나온다.

“우리의 아이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더 많은 아이를 위해 이 숲을 보호해야만 한다. 자신을 위해 말하지 못하는 새와 동물, 물고기와 나무들을 위해 이 숲을 보호해야만 한다.”

“대지를 잘 돌보라. 우리는 대지를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니다. 우리의 아이들로부터 잠시 빌린 것이다.”

스웨덴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기성세대를 향해 “당신들이 저질러 놓은 환경파괴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암울하다”며 기후변화 위기 해결을 위해 당장 실천에 나서라고 주문한 바 있다. 기후변화는 미래 세대들에 고통을 물려준다. 당신의 아이들이 ‘숲에서 편안한 휴식’을 하기 바란다면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21대 국회가 21세기 ‘기후변화’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의무이자 도리이다.

지구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아닌 '아이들로부터 잠시 빌린 것'이기 때문에 깨끗하고 아름답게 되돌려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 의무감을 외면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참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