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한진...조원태 회장 '우한행'에 직원들 "땅콩항공을 대한항공으로"
- ‘우리 승무원들과 우한을 다녀와서’...사내 분위기 고취 - ‘제왕적 총수’란 오명 벗으려는 시도..."긍정적"
한진그룹이 달라졌다.
업계에서 한진그룹의 최대 변수는 늘 ‘오너리스크’로 꼽혔다. 총수 일가 갑질 논란 등 숱한 문제가 터져 나와 사업적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제왕적 경영체제는 한진그룹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런 한진그룹에서 제왕적 경영체제를 탈피하는 총수의 모습이 7일 나왔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 대한항공 사내 소통광장에 ‘우리 승무원들과 우한을 다녀와서’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정부의 첫 '우한 전세기'에 동승한 당시 상황과 소감을 직접 전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한진그룹의 이 같은 변화에 직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땅콩항공을 대한항공으로 돌려놨다'는 등의 칭찬이 사내 직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조원태 회장이 직접 사내 소통에 나서면서, 새로운 조직문화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조 회장은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이사회 의장직도 내려놨다.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분리하는 등 ‘제왕적 총수’란 오명을 벗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조 회장은 이날 “전세기 운항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국가가 필요할 때 우리를 불러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민, 고객, 직원을 위해 최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임원들과 협의해 대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우한 전세기'에 동승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민폐’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 회장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제가 탑승함으로써 교민이 다 못 타게 되지는 않을까 안타까워 고민하게 됐지만 2층에는 교민이 아닌 정부 파견단이 탑승하니 영향은 없을 것으로 믿고 그냥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세기 동승’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한 셈이다.
조 회장은 이어 “항공기 내에서 할 일이 거의 없었다”며 “저를 비롯한 승무원에게 내려진 지침에 따라 항공기 내에서 대기했고 바쁘게 기내 준비 중인 승무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 숨쉬기도 힘들었을 승무원을 지켜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 같이 있을 수 있어 마음은 편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또 “우리 직원이 위험 지역에 자원해서 간 것은 대한민국의 국적사이자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직원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에 충실했을 뿐”이라며 “누군가 우릴 칭찬해주거나 알아주길 바라고 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기로 돈 벌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위험에 처한 고객을 위해 전세기 운항을 승인했고, 승무원들과 우리 직원들을 위해 항공기에 탑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의 철수를 서두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직원들을 보호하려면 당장 중국 노선을 모두 중단해야 하지만 우리가 모든 노선을 중단한다면, 교민들의 길을 막게 될 것”이라며 “회사가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당장 모든 노선을 중단해 손실을 최소화해야겠지만, 대한민국 국적 항공사로서의 책임을 저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국적기는 ‘한진그룹’이라는 점을 강조한 점은 직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 등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조 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응원하는 의견들이 올라왔다. “땅콩항공을 대한항공으로 돌려놨다”, “멋지다, 응원한다”, “덮어 놓고 비판했는데, 이번엔 솔직히 감동했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조 회장은 이번 ‘우한행’으로 자체 자가 격리 중이다. 전날 열린 대한항공 이사회와 이날 한진칼 이사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화상회의 형식으로 주재했다.
조 회장은 “귀국 후 저는 당분간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기로 마음먹고 가족 보호 차원에서 집에 안갈 마음으로 2주일간 생활할 준비를 하고 나왔다”며 “당연히 출근도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컴퓨터와 기타 업무에 필요한 준비도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