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대림 회장, 주총서 사내이사 재선임 '시험대'...2대주주 ‘국민연금’ 행보 주목

- 대림산업 주총서 이해욱 회장 사내이사 연임 결정...국민연금 반대표 던질지 관심 - 지배구조 ‘키’ 쥔 대림코퍼, 대림산업 지배력 높일 묘수 찾는 중...KCGI 행보는?

2020-02-11     이석호 기자
공정위는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이 올해 대림산업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내달 주주총회에서 재선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대림산업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나서며 어떠한 목소리를 낼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대림산업 주총서 이해욱 회장 사내이사 연임 결정...국민연금 반대표 던질지 관심

지난 7일 국민연금은 대림산업에 대한 투자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가 강화되는 추세에 따라 적극적 주주 활동에 나서며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은 총 313개사이며, 이 중 100개사에 대해서 10% 이상 지분을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5% 미만)와 한국전력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기업 30개사를 비롯해 총 56개사의 투자목적을 최근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특히, 이번 대림산업 주주총회에서는 내달 임기가 만료되는 이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돼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이 회장의 임기만료일은 오는 3월 23일이다.

국민연금은 대림산업의 2대 주주로서 전체 지분 가운데 12.8%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의 지배력이 확고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림코퍼레이션으로 21.6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특수관계자 지분을 포함해도 불과 23.12%에 그친다.

이 회장의 대림산업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국민연금을 포함한 소액주주들이 어떠한 입장을 보이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이 회장 측에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국민연금을 비롯한 시민단체 등 소액주주들의 반대 의견으로 20여 년 만에 사내이사 연임이 좌절된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 의혹, ‘땅콩 회항’ 등 황제 경영에 따른 전횡에 비난 여론이 거세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27일 적극적 주주활동 관련 세부기준과 절차 등을 규정한 ‘국민연금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법안이 최종 의결되면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근거가 명확히 마련됐다.

이로써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기업의 배당정책 수립, 횡령·배임·경영진 사익편취 등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가 훼손되거나 주주권익이 침해될 경우 개선이 없는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대림산업 호텔 브랜드인 ‘글래드(GLAD)’의 상표권을 이 회장과 이 회장 아들인 이동훈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에이플러스디(APD)에서 출원·등록하고, 자회사인 글래드호텔앤리조트(구 오라관광)로부터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1억 원 가량 브랜드 사용료를 가로챈 혐의다.

이 문제를 두고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이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참여연대를 비롯한 노동·시민단체들은 대림산업, 효성, 삼성물산 등 법령상 위반 우려가 있는 기업들에 대해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며, 기금운용위원장에게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개최를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지배구조 ‘키’ 쥔 대림코퍼, 대림산업 지배력 높일 묘수 찾는 중...KCGI 행보는?

한편, 이번 주총에서 이 회장이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항공 사례와 달리 국민연금이 반대할지라도 경영상 실패를 논할 단계까지는 아니라서 다른 소액주주들이 결집할 명분이 크지 않다는 해석이다. 외국인 지분도 절반에 가깝다.

설령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하더라도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이 없어 상징적 사건이라는 명분 외에 실리적으로 이 회장이 잃을 게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지난해 10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 후 연임하지 않고 물러났지만 총수로서 역할이나 권한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오히려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도 경영권은 그대로인 반면에 법적 책임에서는 테두리를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영 성과가 나쁜 편도 아니라서 차라리 적극적인 배당 정책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건설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거둔 상황에서도 영업이익이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넘기며 경영 실적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회사 측이 제시한 올해 수주 목표는 10조 9000억 원이며, 매출액은 10조 8000억 원이다.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 원 달성 기록도 넘보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

 

향후 이 회장이 이 같은 논란에서 벗어나 대림산업에 대한 경영권을 공고하게 하기 위해서는 대림코퍼레이션의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 회장이 52.3%로 최대주주이며, 대림문화재단, 대림학원 등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지분율은 62.3%이다.

이 회장이 절반 이상을 확보한 상태지만,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CGI는 지난해 9월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으로부터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6%(343만 7348주)를 1200억 원에 매입하며 대림코퍼레이션 2대주주로 올라섰다.

통일과나눔은 지난 2016년 10월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대림코퍼레이션 주식을 기부 받았으나 증여세 이슈 해결을 위한 매각 시점에 임박하자 결국 KCGI에 넘기게 됐다. KCGI 측은 캘거리홀딩스(15.3%), 돌핀홀딩스(11.3%), 그레이스홀딩스(6.1%) 등을 통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CGI가 사실상 주주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을 확보한 이유로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이 회장과 한 배를 타면 지배력 강화 시나리오에 따라 지분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장은 KCGI가 우군 역할을 하며 이 회장을 도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KCGI 측에서는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취득하면서 적대적인 행동주의에 나설 의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진칼 경영권 다툼에서 반도건설이 줄곧 단순투자 입장을 밝히다가 이해관계에 따라 경영 참여로 돌변한 것처럼 KCGI의 행보도 지켜봐야 될 문제로 보여진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의 최대주주인 대림코퍼레이션의 2대 주주가 KCGI이고, 대림코퍼레이션의 대림산업에 대한 지분율이 높지 않은 만큼 배당 정책과 관련된 부분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면서도 “KCGI의 행보에 따른 모멘텀 슈팅을 기대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