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발표는 많이 나오는데"... 시름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줄도산 우려
-소상공인 44% "매출 절반 이상 줄어...줄폐업 우려" -중기부, 12일 본격 지원책 발표...총 2500억 규모 -저신용자 대출 어려울 가능성 높아... 대출 한도 초과 업체는 증액 불가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두어달 문 닫는 게 낫겠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들이 매출 급감으로 인해 자금 순환이 막히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는 점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총 2500억원의 자금지원은 희소식이나, 실제 폐업 위기에 놓인 업체들에 대한 실질적 도움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중기부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원방안을 통해, 중소기업에 긴급경영안정자금 250억원, 보증 1050억원과 소상공인에게 경영안정자금 200억원, 특별보증 1000억원 등 총 2500억원을 오는 13일부터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자금지원도 '상환'의 문제가 걸려있어 저신용자와 대출 한도 초과 업체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극심한 자금난으로 벼랑 끝에 놓인 영세업체들 중에는 신용등급이 낮고 대출 한도가 꽉 찬 업체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기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중소기업은 총 216개사다. 수출입 지연(65건), 원자재 수급 애로(58건), 생산중단(16건) 등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자동차 부품공장을 운영하는 A업체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수출과 수입이 지연돼 매출 피해가 크다"면서 "자금이 달려 정부 대출을 받을 예정인데, 사정이 더 나쁜 주변 업체들 중에선 신용등급이 낮아 이마저도 안 될 것이라며 낙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소상공인 역시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실제 11일 소상공인연합회가 1092명의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종 코로나 관련 실태조사 결과, 소상공인 중 97% 이상이 신종 코로나 발병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답했다.
매출 감소 규모도 컸다. 응답자 10명 중 4명(44%)은 '매출이 50% 이상 감소했다'고 답했다. 뒤이어 ▲30~50% 감소(27.2%) ▲잘 모르겠다(22%) ▲15~30% 감소(21.6%) ▲0~15% 감소(5.2%) 순이다.
이번 중기부의 자금지원에 대한 세부 내용을 보면, 신종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서 긴급경영안정자금 250억원, 보증 1050억을 지원한다.
경영안정자금의 금리는 기존 2.65%에서 0.5%포인트 낮은 2.15%로 제공된다. 보증비율 역시 기존 85%에서 95%로 올라갔고, 보증료율도 1.3%에서 1%로 낮췄다.
중진공 관계자는 저신용 업체의 대출 애로사항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신용도는 융자 회수 가능성을 평가할 때 일부 반영하고 있다"면서 "은행이나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신용등급이 낮은 분들에게도 지원을 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중진공의 다른 지원정책도 100% 직접대출로 진행하기 때문에 신용적인 부분보다 사업성에 무게를 두는 편이고, 금리우대가 차별화된 점이라는 게 중진공 측 설명이다.
신종코로나로 매출 타격을 받는 소상공인에게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경영안정자금 200억원, 지역신용보증기금의 특별보증 1000억원이 지원된다. 경영안정자금 금리도 2%에서 1.75%로 인하된다.
소진공 관계자는 "중진공과 달리 은행을 통한 대리대출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번 정부지원은 특례보증상품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통상 6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라고 해서 무조건 거부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진공에 따르면 7~10등급 중 사업성이 우수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2020년 재도전특별자금'을 실시해 경영안정자금을 별도로 지원한다. 지원규모는 총 500억원이고 접수기간은 오는 24~25일이다. 저신용으로 경영애로를 겪었던 소상공인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출 한도를 초과하는 업체들에 대해선 지원 거절이 확실시 된다. 정부 지원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공급 규모를 무한정 늘릴 수 없어서다.
중기부 관계자는 "한도 증액을 요구하는 업체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나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된다는 점에서 일부 한계가 있다"며 "다만 기대출건들에 대해 만기유예와 상환유예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금 지원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동차 업체가 조업을 재개한다는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활력 저하가 우려된다"면서 "당정이 함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마련해 정부가 발표했는데, 현장과 지속 소통해 세금 문제까지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