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임단협 타결 기대감 속 '민주노총 가입' 불씨 남겨...집행부 지지는 하락세

- 박종규 노조 위원장, 민주노총 가입 추진 대의원들 반발에 한 발 물러서 - 최근 파업 참여율 20%대까지 떨어져...현장 지지 하락 - 영업부문 사원대표위원회 "임금협상 조속히 끝내라"...12일 노사 본교섭 재개

2020-03-12     김명현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 대의원들이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하는 집행부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자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이 임금협상에 집중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12일 노사 본교섭이 예정된 가운데, '민주노총 가입'을 두고 내홍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11일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조직 형태 변경(민주노총 가입)이 2019년 임금협상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임금협상을 위해 단결하고 집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전날 르노삼성 노조 대의원 9명이 공동성명서를 내고 집행부의 민주노총 가입 추진에 반발하자 한 발 물러난 모습이다.

앞서 노동조합 집행부는 지난 6일 내부 소식지를 통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직으로 변경하기 위한 조합원총회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집행부의 민주노총 가입 의지는 여전하다. 박종규 위원장은 조직 형태 변경은 집행부의 공약 사항이고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실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 노사는 2019년 임단협 협상을 두고 지난해 9월부터 협상을 벌여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8%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고정비 인상이 힘들다며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조 집행부는 파업 참가율이 20%대까지 떨어질 정도로 현장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 물량이 중단돼 생산절벽 위기를 맞은 르노삼성이 노사 갈등을 넘어 노노(勞勞) 갈등의 조짐을 보이자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존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기몰이 중인 신차 'XM3'를 안정적으로 생산해야 하고 르노 본사로부터 XM3 수출 물량을 배정받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집행부가 민주노총 가입을 핵심 공약으로 걸어서 당선됐으니 이를 실천에 옮길 당위를 확보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 시점에서 조합원들의 지지를 못 받고 있으면 의미가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행부는 일부 세력이 아닌 전체 조합원의 이익을 고려해 임단협에 적극 임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종규 위원장은 르노삼성 기업별노조가 만들어지기 1년 전인 2011년에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 설립을 주도했으며 초대 지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지난해

박 위원장은 2018년 11월 노조 위원장 선거에 당선된 직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때 받은 51.5%로 무턱대고 금속노조 전환을 할 수 없지 않나. 못해도 70%까지는 현장의 동의를 올려놔야 금속노조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규약상 조직형태 변경안이 통과되려면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참석하고 참석 조합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영업부문 사원대표위원회 "임금협상 조속히 끝내라"... 12일 노사 본교섭 재개

이날 르노삼성 영업부문 직원들까지 노조의 강경전략을 비판하고 나섰다. 영업부문 사원대표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회사와 노동조합은 2019년 임금협상을 조속히 끝내라”고 주문했다. 

이어 “무노동 무임금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면 파업은 왜 했는가”라며 최근 집행부가 노사 협상에서 파업 기간의 임금 보존을 요구한 것을 꼬집기도 했다.

사원대표위원회는 또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준 손실은 따져 봤는가”라며 “결국 임금협상을 볼모로 체제전환 하려는 속내인가. (노조의)협상 태도로 결과물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르노삼성 노사는 12일 16차 본교섭을 연다. 노조가 지난 9일 단체행동을 자제하고 교섭에 임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사측에 보냈고, 사측은 이에 대한 답으로 본교섭을 제안했다. 

지난해 말부터 파업과 직장폐쇄 등으로 대치해온 양측이 대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이번 협상에서 이견이 좁혀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