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총 D-1] 승기잡은 조원태...전열 가담듬는 '3자 연합'
- 국민연금, 26일 조원태 회장 연임에 찬성...조 회장 측 7.91% 우위 - 패배 감지한 3자 연합, 장기전 예고...임시주총서는 지분 45% 넘겨
한진칼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자 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진칼 지분 2.9%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조 회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고지를 점령한 모양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6일 제8차 위원회를 개최해 오는 27일 한진칼 주총에 상정될 예정인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찬성’ 결정을 내렸다.
시장에선 3자 연합이 이번 주총에서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판단한다. 주총에서 사내이사 안건이 통과되려면 출석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의 과반수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주총 출석률을 80%로 가정했을 때 40%의 지분이 필요한데, 조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합쳐 40%를 넘겼기 때문이다. 양 측간 지분차는 7.91%P다.
조 회장 측은 이번 주총에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22.45%와 '백기사'로 꼽히는 델타항공의 지분 10%, 카카오 1%,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3.79%, GS칼텍스 0.25%, 국민연금 2.9% 등을 포함해 총 40.39%를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3자 연합 측은 조 전 부사장의 지분 6.49%와 KCGI 17.29%, 반도건설 5%에다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 2.2%, 3자 연합을 지지하기로 한 소액주주 연대 1.5%까지 끌어모으면 총 지분율은 32.48%로 추정된다.
◇ 패배 감지한 3자 연합 장기전 예고...전열 가다듬어
3자 연합은 지난 24일 법원의 결정으로 패색이 짙어진 모습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3자 연합 측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 2건을 모두 기각했다.
이로써 27일 주총에서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지분(3.79%)이 조 회장 연임 지지가 가능해진 반면, 반도건설은 기존 8.2%에서 5% 의결권만 인정되면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3자 연합은 지난 24일 법원 결정 이후 "비록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지만 이번 주총은 물론 주총 이후에도 끝까지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장기전을 예고했다. 당초 “임시주총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주총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3자 연합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 판결에 불복해 본안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들이 법원의 기각 결정 이후 한진칼 지분 2.01%를 추가 매입한 사실을 알린 것도 주주총회 이후를 염두에 둔 사전작업으로 해석된다. 추가 매입으로 3자 연합 측은 한진칼 지분이 총 45.83%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눈여겨 볼 점은 반도건설이 잇단 매집으로 기업결합 신고 대상이 된 것이다.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르면 상장법인 발행주식 총수의 15% 이상을 소유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된다.
게다가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계열사를 통한 현금 동원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반면 조 회장 측은 당장 지분을 늘릴 방안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델타항공이 지난해 9%대에서 14.9%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지만, 기업결합 심사(15%)를 코앞에 두고 추가 매입에 나설지 미지수다.
3자 연합은 주총 이후 임시주총을 회사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지닌 주주는 임시주총 소집을 이사회에 요구할 수 있으며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
한편, KCGI는 이날 '한진그룹 회생의 갈림길에서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한진그룹 경영진이 경영 실패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주주와 채권자, 고객, 임직원은 물론 공적기금을 비롯한 국가 경제에도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진그룹 현 경영진은 그룹에 대규모 적자와 막대한 부채를 떠안겼고, 특정 주주를 위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튼튼한 한국 대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한진그룹 운명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여러 주주와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